사진은 2015년 평양 시내에서 다정하게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모습. 연합뉴스
20대 탈북민 여성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친구를 본 뒤 탈북을 결심했다”며 김정은 정권의 ‘한류 문화 단속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강규리씨는 28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엄격한 통제를 피해 자유를 얻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씨는 여러 어선을 관리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면서 한류 문화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비교적 최근 작품까지 북한에서 몰래 볼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다.
강씨는 북한에서 길을 걷다가도 “한국식 복장이다”라며 의심한 군인에게 불려 가 조사를 받았으며, 휴대전화도 빼앗겨 한국식 말투를 쓰지 않았는지 검열당하기도 했다.
강씨는 다행히 적발되지 않았으나, 그의 친구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간 뒤 총살당했다고 한다.
친구의 소식에 충격받은 그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총살당할 만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자신도 총살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커졌다.
또한 북한에서 강씨 가족은 해안 근처에 안테나를 세워 한국 라디오와 공영방송 KBS 등을 자주 시청했는데, 이 역시도 탈북을 결심한 큰 계기가 됐다.
강씨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한국에 사는 탈북민들이 북한에 대해 증언하는 모습”이라며 “한국에서 지원받으며 성공을 거뒀다고 울먹이는 모습을 볼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보면서) ‘꼭 한국에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실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문화 통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정권 등 선대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 집권 초·중반 때보다도 더 강화됐다.
북한 당국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잇달아 제정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