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강력 반발
“테러재판관이냐? 노력 평가 않고 언어도단”“지구상에 미국 있는 한 테러 근절 안 될 것”
미, 이란 등 5개국 대테러 비협력국 재지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평양 노동신문·뉴스1·워싱턴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31일 홈페이지에 올린 ‘사상 최대의 테러지원국 미국’ 제하의 글에서 최근 미 국무성이 북한·이란·시리아·베네수엘라·쿠바 등 5개국을 대테러 비협력국으로 지정한 데 대해 “미국이야말로 첫째가는 테러지원국”이라며 이렇게 비난했다.
“차베스·카스트로 사망 배후에 미 있어”외무성은 “미국이 마치 ‘테러재판관’이나 되는 듯 다른 나라들의 반테러 노력을 일일이 평가해대고 있는 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이라면서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놀음”이라고 일갈했다.
외무성은 또 “1980년대 중반기 모잠비크 대통령 (사모라) 마셸이 탄 비행기를 폭파시킨 사건,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의문스러운 사망사건,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수백여 차의 암살 기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또 “2001년 9·11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국책으로 삼고 벌여온 반테러전은 테러를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더욱 증식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 국무부는 북한을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과 대통령 행정명령 13637호에 따라 대테러 비협력국(not cooperating fully)으로 26년 연속 재지정했다.
대테러 비협력국은 미국의 대테러 노력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는 나라를 지칭하며, 지정되면 이들 국가로 국방 물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위한 판매나 허가가 금지되고 국제사회에도 이 사실이 공지된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서울신문DB
군사 쿠데타로 집권해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했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2011년 축출돼 시민들에게 쫓겨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YTN 뉴스 화면 캡처
YTN 뉴스 화면 캡처
“미 기만술에 넘어가 전쟁억제력 포기”북한은 과거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이 해당 나라가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가 전쟁억제력을 포기했다가 배신당한 결과라며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정당성을 강변했다.
북한은 이날 대남·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평양출판사가 내놓은 ‘민족운명의 수호자 김정은 장군’ 제목의 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10년간 군사·외교 업적을 소개했다.
책은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11년 리비아 사태 등을 언급하며 “미국의 침략 수법은 자위적 국방력의 포기를 강요하는 데 있다”면서 “미국은 군사력 증강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걸으면 번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 소리를 끈질기게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는 반드시 원조 제공과 관계 정상화라는 회유와 기만술책도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책은 “최근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들과 하나로 연결시켜보면 미국과 서방에 환상과 미련을 가졌다가 비참하게 배반당하고 가차 없이 먹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은 이 대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방인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까닭에 책에는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우크라이나 역시 핵무기 철수 대가로 체제 보장을 약속받고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사례여서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을 걸로 보인다.
이 밖에도 책은 올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비롯해 그간의 각종 미사일 개발 성과와 핵실험 등을 김 위원장의 대표적 군사 업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때 병사들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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