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희생 강요하는 구호..北 절박한 상황 엿보여90년대 대기근으로 수십 만 아사자·탈북 잇따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말단 조직의 책임자들인 전국의 세포비서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난의 행군’ 용어를 다시 꺼내 들면서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짐작케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제6차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하나라도 덜어주고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 이같은 결심을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주민들의 희생과 단합을 요구하는 말이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후반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사회적 이탈을 막기 위해 내놓은 당적 구호로, 당시 기근으로 수십 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으며, 탈북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등 주민들에게는 악몽의 시절로 기억된다. 식량 배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고, 이후 시장경제의 원리가 통용되는 장마당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전국경공업대회와 2015년 7월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 등 과거 연설에서도 여러 차례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바 있으나 당시엔 주로 과거 어려움을 이겨낸 것을 격려하는 의미로 쓰였다면, 이번에는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1996년 북한은 고난의 행군 정신을 강조하며 군인들을 동원해 경제건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최근 북한이 건설 및 건자재에 집중하는 모습도 당시와 비슷하다.
결국 제재와 코로나19 방역으로 수개월 째 무역 단절 상황에 놓인 북한이 앞으로도 제재나 코로나19 모두 빠른 시일 내 완화되길 기대하기 어렵자 또다시 고난의 행군 시기를 되새기며 체제 결속과 사상 무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고난의 행군 용어가 재등장 한 것은 대내외 관계가 녹록지 않다는 현실인식을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부 기강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세포비서대회에 참석해 폐회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결론에서 당 생활 기풍 확립을 강조하며 간부라고 하더라도 당세포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당 생활에서는 높고 낮은 당원, 예외로 되는 당원이 있을 수 없다”며 “이중규율이 절대로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21.4.9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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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제6차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하나라도 덜어주고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 이같은 결심을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주민들의 희생과 단합을 요구하는 말이다.
북한, ‘평양 보통강 강안다락식주택구 건설’ 추동하는 선전화 제작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 만수대창작사에서 ‘평양 보통강 강안다락식(계단식)주택구 건설’을 추동하는 선전화를 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2021.4.10.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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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전국경공업대회와 2015년 7월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 등 과거 연설에서도 여러 차례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바 있으나 당시엔 주로 과거 어려움을 이겨낸 것을 격려하는 의미로 쓰였다면, 이번에는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1996년 북한은 고난의 행군 정신을 강조하며 군인들을 동원해 경제건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최근 북한이 건설 및 건자재에 집중하는 모습도 당시와 비슷하다.
북한, ‘평양 보통강 강안다락식주택구 건설’ 추동하는 선전화 제작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 만수대창작사에서 ‘평양 보통강 강안다락식(계단식)주택구 건설’을 추동하는 선전화를 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2021.4.10.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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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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