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말라”… 바이든 향해 첫 말폭탄

北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말라”… 바이든 향해 첫 말폭탄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1-03-16 22:34
수정 2021-03-1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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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국무·국방 방한 하루 전 으름장

文대통령 임기·조평통 폐지까지 거론
남측 압박 통해 美에 메시지 전달 의도
“미국의 ‘떠보기’에 불쾌감 표현” 분석도
블링컨 “金 발언 알고 있다” 논평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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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담화를 발표해 북한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2019년 3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할 당시 김 부부장이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담화를 발표해 북한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2019년 3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할 당시 김 부부장이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긴 했으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까지 거론하며 비난 수위를 높여 남북 관계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대회에서 중단을 요구한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된 것을 강하게 비난하며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까지 계산한 발언으로, 사실상 우리 정부와의 관계 단절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북한은 또 “현 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는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통일부의 공식 파트너이자 6·15 행사 등을 주관해 온 조평통을 없앤다는 건 사실상 남북 화해의 제도적 창구를 닫아 버리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 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남북 교류와 협력에 있어서도 단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서도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일 국방·외교장관 2+2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발언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오늘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우리 동맹들과 파트너들의 발언”이라며 직접 논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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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담화를 발표해 북한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블링컨 장관이 지난 1월 19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담화를 발표해 북한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블링컨 장관이 지난 1월 19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외교안보팀의 방한을 앞두고 대남 비난 강도를 한층 높인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 측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남측을 압박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내 남북 관계 복원은 기대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보내온 대북 메시지는 인권이나 한미일 공조 같은 것이어서 북한에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한 것에 대한 북측의 응답이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북한을 떠보고 도발을 관리하겠다는 차원에서 접촉해서는 북한이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일단락되는 대로 북한 접촉의 주체와 채널, 의도, 시점 등을 좀더 확실하게 갖춰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북한은 김 부부장을 앞세워 이 같은 중대 조치들이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에 있다”고 밝힘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 협상은 이미 시작된 걸로 보인다”며 “북한의 의도는 한국을 명분으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진전된 내용을 얻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1-03-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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