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각세운 폼페이오 발언 비난…경제난에 ‘믿을건 중국 뿐’ 인식 드러내
북한이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취했던 방학 연장 조치를 해제한 22일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등교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재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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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대 우방인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 하에서 나름 신속하고 수위도 높여가는 모습이다.
북미 협상의 단절과 대북제재가 지속하고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악화하는 가운데 미중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중국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한의 친중 외교행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노동당 국제부는 4일 이례적으로 담화를 내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한 발언 등을 거칠게 비난했다.
대변인은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회주의를 영도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악랄하게 걸고든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폼페이오 장관의 ‘반중’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당대당 외교와 특히 대중국 외교의 핵심인 노동당 국제부가 김정은 집권 이후 전면에 나서 대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어서 친중국 외교 의지를 잘 보여준다.
홍콩 국가보안법 채택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하던 지난달 30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초안 의결을 합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중국 정부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1일(보도날짜 기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에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위문서한을 보내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중국 공산당에 지원금을 보냈다.
북한의 중국 편들기 외교는 반미 공동전선이 구축되는 것에 힘입어 경제난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당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하는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고와 경제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코앞의 대선 때문에 북미 대화를 외면한 가운데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법무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퍼져 25억 달러(한화 3조1천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30여명의 북한인과 중국인을 무더기 기소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 1일 보고서를 통해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이중고를 겪는 북한 경제가 올해 6.0% 역(逆)성장해 2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 속에서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믿을 건 오직 중국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평양종합병원 등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며 추진 중인 여러 중요 국정건설 과제들이 성공하려면 자재와 설비 구입 등 중국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역시 코로나19와 홍콩보안법 등으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대북 교역과 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3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북한과 중국의 무역 규모가 지난 4월 30% 가까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중국에 힘을 실어주면서 양국우호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코로나19 국면이 회복되면 북중교류를 복원하자는 간접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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