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 친서교환’ 보도 안해…‘투트랙 대남전략’ 연장선

北 ‘남북 친서교환’ 보도 안해…‘투트랙 대남전략’ 연장선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3-06 10:44
수정 2020-03-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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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관련 소식 함구

남북관계 급변 고려해 ‘모호한 대남전략’ 취한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올해 들어 처음 친서를 주고받았지만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관계가 큰 진전 없이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런 대남전략을 취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6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전 6시 정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는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대내용 매체들도 관련 소식에 함구하고 있다.

앞서 전날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위로를 전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고, 문 대통령도 하루 뒤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며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친서 교환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지 하루 만에 오빠인 김 위원장이 먼저 친서를 보내온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란 제목의 담화에서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언급하는 등 청와대가 전날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도 공식 입장을 대외에 밝힐 때 사용하는 루트인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지만, 주민들이 보는 신문과 라디오, TV 등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외용 선전매체를 통한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내 매체에서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병주고 약주는’ 식의 대남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자신들의 군사훈련에 대한 남측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남북 경색 국면이 급반전할 수도 있다고 보고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내부적으로도 구체적인 대남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모호한 대남전략’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남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비롯해 남북대화가 무르익던 2018년 오고 간 친서에 대해서는 대체로 대내외에 공개했다. 이런 공개 보도 경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보도’ 기조로 바뀌었다. 같은 해 10월 말 김 위원장이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낸 사실도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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