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결과 보고로 신년사 대체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목격하게 될 것”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
“美 입장에 따라 강도 변화” 여지 남겨
트럼프 직접 비난 안 해 ‘모호성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자신감을 되찾은 듯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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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캐리커처
이어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3차 전원회의에서 선제적으로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중단)을 선언했으나 “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 벌이고 첨단 전쟁 장비를 남조선에 반입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며 “(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에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을 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은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억제력의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곧장 군사적 도발로 나아가지 않을 여지를 드러냈다. 특히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고 비핵화 협상 중단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데 대해 ‘모호성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이 협상 시한 이후 걸어갈 ‘새로운 길’은 대북 제재 장기화에 맞설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경제적 자력갱생으로 보인다.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회귀한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녹화방송을 통해 육성으로 직접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전원회의 결과 보도로 신년사를 갈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새로운 길의 초기 국면에서 향후 협상 폭을 줄이지 않기 위해 모호성 전략을 취한 것”이라며 “2017년 이전의 핵개발의 길과 2018~2019년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를 모색했던 길과는 달리 새로운 길은 협상 장기화를 전제로 전략 무기를 쌓는 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20-01-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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