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9월 뉴욕에서 트럼프 만나 김 위원장 의사 직접 전달
2009년 모니터링 추방후 9년여 만에 국제사찰팀 복귀 가능성北, 풍계리·동창리·영변 등 3대 시설 사찰·폐기 약속한 셈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11.16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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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北核)의 상징 격인 영변 핵시설은 북한이 지난 2009년 핵불능화 모니터링팀을 추방한 이후 9년여 국제사회의 감시 밖에 있었다는 점에서 실제 검증이 성사된다면 북한 비핵화에 미치는 의미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의사를 밝혔으며, 문 대통령은 같은 달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에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서는 영변 핵시설의 폐기뿐 아니라 검증을 허용할 용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해 사찰의 성격을 띠는 검증을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 간 합의문서인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유관 기관 참관 아래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으나,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구 폐기한다는 내용만 담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회담 이후 대국민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구두로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그 내용은 앞으로 제가 방미해 미국 측에 상세하게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같은 달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검증 용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으나, 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영변 핵시설 사찰은 올해 초 북미간 대화모드가 조성된 이후 미국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핵심 요구사항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성사된다면 북미 간 비핵화 논의를 급속도로 진전시킬만한 소재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先) 신고·검증’으로 맞서는 미국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비핵화 협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북미가 영변 핵시설 검증 문제를 고리로 조만간 고위급 회담이나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간극을 해소하고 접점을 찾는다면, 비핵화 정국은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까지, 이른바 북한의 3대 핵·미사일 시설의 신고·검증 프로세스가 한꺼번에 속도를 낼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북핵 사찰이 북한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풍계리와 동창리에 이어 영변 핵시설에까지 이어질 경우 그것은 결국 사찰단의 북한내 상주를 의미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또 미국 사찰 요원의 북한 내 상주는 결국 평양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문제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검증을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비핵화 협상 전망을 밝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만약 시료채취와 임의 사찰을 포함하는 검증이라면 엄청나게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검증이 서로 다를 수가 있으므로 실무 협상을 통해 북한이 허용하려는 검증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센터장은 “북한이 2008년 영변 핵시설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의정서를 협상할 때 현장 참관과 인터뷰, 문서 확인을 허용하겠다면서도 시료 채취에 반대하면서 결국 북핵 협상(6자회담)이 좌초했다”며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검증이 2008년 당시 북한이 하려던 수준의 검증이라면 여전히 어려운 변수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워싱턴과 서울 외교가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초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풍계리, 동창리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도 포함해서 사찰·폐기 문제와 상응 조치를 깊이 있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3주 반 전에 만났을 때 미국 사찰단이 두 가지 중요시설을 둘러보도록 허락했다”며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사찰단이 북한에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두 중요시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미주리주(州) 컬럼비아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오늘 신문 보도를 보면, 나로선 놀랍지 않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놀랍게도 그들(북한)이 기꺼이 전문가들이 와서 그들의 (핵 관련) 시설들을 살피도록 한다는 게 나왔다”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진짜로 무언가를 하길 원하는 그 지점으로 도달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제재를 유지했다.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대북제재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바라건대 우리는 장래에 그럴(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제재를 해제하길 원한다”고 강조, 사찰과 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 제재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넘어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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