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물 아냐, 연연안해”…北, 몸값 높아진 종전선언에 ‘역공’

“흥정물 아냐, 연연안해”…北, 몸값 높아진 종전선언에 ‘역공’

입력 2018-10-02 09:52
수정 2018-10-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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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영변핵시설 폐기교환에 반발…美카드 무력화 의도인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2일 새벽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종전이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라며 강공을 펴고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특급경호 받으며 북한대표부 사무실 방문하는 리용호
특급경호 받으며 북한대표부 사무실 방문하는 리용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 방문 마지막날인 1일(현지시간) 숙소인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인근의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2018.10.2 연합뉴스
우선 종전이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못 박은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이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의 핵신고·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미 전문가들의 주장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라고도 규정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논평은 여러 핵시설 가운데 영변 핵시설을 “우리 핵계획의 심장부와도 같은 핵심시설”이라고 ‘콕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언급은 결국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 특히 그중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이 지난 7월 초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직후 내놓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부터 종전선언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이 현 단계에서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의 핵심은 종전선언이라는 인식이 안팎에서 굳어졌고, 북한의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견인할 ‘카드’로 종전선언이 비중 있게 거론됐다.

미국 CBS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다가오는 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하면서 종전선언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는데,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에 다소 유연성을 보인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종전은 ‘당연한 것’이라며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이런 셈법에 ‘역공’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카드를 없애기 위한 반격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종전선언의 ‘몸값’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미국이 마치 이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맞바꾸려고 하는데 그런 의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북한의 일관된 입장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실천 단계로 진입할 여건을 만들기 위한 ‘사전’ 신뢰구축 조치로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리용호 외무상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신들이 신뢰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주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의 교환 구도가 아니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추가적인 신뢰구축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도 해석할 소지가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추가 조치는 결국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공식 제기한 ‘제재 완화’를 가리킨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이번 논평은 “미국은 구태의연하게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켜보려 하고 있다”고 제재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조 위원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다고 하니 제재 완화도 이야기하자고 하나를 더 올려놓은 것”이라며 “협상을 앞두고 의제선점을 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다만, 이번 입장은 외무성 등 북한 국가기구의 담화나 성명이 아니라 관영매체의 논평 형식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공식적인 제안이라기보다는 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기싸움’ 성격이 강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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