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트럼프 악통령” 원색 비난과 대조
리용호 “비핵화 위해선 북·미 신뢰 중요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조치에 화답 없어”
美에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 강력 촉구
국제사회 지지 확보해 협상 주도 의지도
“비핵화 의지 확고부동”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연단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느끼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며 미국에 상응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뉴욕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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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외무상은 이날 15분 동안의 기조연설에서 ‘신뢰’와 ‘불신’을 비판하는 표현만 무려 18차례 언급했다. 이어 ‘비핵화’와 ‘평화’라는 단어도 각각 7차례와 19차례 사용했다.
그가 유독 ‘신뢰’에 방점을 찍은 건 향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상호 신뢰를 높이는 조치가 관건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 발사시험을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투명성 있게 폐기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 확약한 것과 같은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불만 어린 목소리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미국의 상응한 화답이 없었다”면서 “미국은 선 비핵화만 주장하면서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그에 걸맞은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리 외무상이 특히 ‘신뢰’를 강조한 것은 유엔 무대를 통해 국제사회 지지 여론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미 협상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대북제재의 전향적인 완화 조치와 유엔사 사령부의 법적 지위도 도마에 올렸다. 리 외무상은 “핵실험과 로켓시험발사가 중지된 지 1년이 됐지만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들이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씨 하나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의 북측 구간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막으려 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0-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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