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 카지노 호텔 등 성공… 조선족 전규상 회장이 본 北경제
발동만 걸리면 경제에 온 힘체제 특수성 탓 사업 95% 손실
민간투자 보호되면 경협 탄력
전규상 길림천우건설그룹 회장
전규상(65) 길림천우건설그룹 회장은 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재외동포재단과 중국아시아경제발전협회 주최로 열린 제1회 중국 한상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북한 경제 개방에 대한 커진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 회장은 1997년부터 북한 건설 사업에 참여해 나선경제특구의 임페리얼 카지노호텔을 비롯해 국제통신센터, 병원, 학교, 빵 공장 등을 세웠다. 특히 나선 특구에 북한 최초의 무역시장을 세워 5600개의 매장이 들어서고 평양, 남포, 천진에도 시장이 만들 정도로 성공했지만 북한 당국의 압력으로 17년 만에 철수했다.
이날 열린 한상 CEO포럼에는 중국 전역에서 24명의 성공한 조선족 기업가들이 참여해 현재의 동북아시아 상황과 경제 발전을 모색했다. 특히 오는 10월 23~25일 인천에서 열리는 제17차 세계한상대회에 북한의 경제 정책 관료들을 초청하기 위해 현재 통일부에 교류 신청도 제출한 상태다.
전 회장은 북한의 경제 개방 의지에 대해 “지난달 29일 나선 지역에서 북한 고위층과 만났는데 ‘중국이 40년 전에 시작한 경제 건설을 위주로 할 것이고 이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며 “북한이 그동안 우리를 숱하게 골탕 먹였는데 법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보호받으려면 아직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북한은 체제 안전이 1순위로 한국 업체의 직접 진출은 힘들다고 본다”며 “한국이 이해하는 북한과 실제 들어가서 보는 북한은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는 대북 투자 경험이 풍부한 조선족 기업인들이 경협 활성화에 특수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그는 이날 북한 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동냥 그릇이 금사발’이란 표현을 썼다. 전 회장은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은 한국이 발동을 걸어 줘야 하며 일단 결심하면 온 나라 힘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개방 초기에 일 년 만에 투자금을 환수했는데 북한도 전기와 도로 등의 기반시설만 제대로 갖춰지면 2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실패담도 빼놓지 않았다. 전 회장은 그동안 대북 투자의 95%는 손실이 났다는 통계 수치를 제시하며 “북한 체제의 특수성 때문에 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서에 서명한 사장이 사라져서 수소문해 보니 중국에 나라 이익을 팔아먹는다고 고발당해 평양에 사상 학습을 받으러 갔다는 말도 들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전 회장은 앞으로 남북 경협이 시행되면 단단히 계약을 맺어 대북 민간 투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7-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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