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6-03 23:10
수정 2018-06-0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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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로드맵’ 어떻게

트럼프 “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우린 어떠한 서명도 하지 않아”
긴박한 한반도… 무표정한 평양시민들
긴박한 한반도… 무표정한 평양시민들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의 움직임이 더 분주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노면 전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평양 시민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평양 타스 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됨에 따라 보름 이상 반목하던 양측이 큰 산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도 가능하다며 선제적 체제 안전 보장 조치도 언급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북·미가 서서히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협상(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12일에 어떤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정(프로세스)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북한)에게 ‘서두를 필요 없다(take your time).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일괄타결’ 등 단번에 해결하는 방식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한 데 이목이 쏠린다. 북한의 경우 이미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단계로 핵탄두, 탄도미사일, 핵시설, 핵설비, 핵전문인력 등을 모두 다뤄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일부 수용하면서 북·미 간에 접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간 너무 성급하게 비핵화 속도를 내면서 북한과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핵 문제를 다룬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한 발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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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로드맵상 북·미 간 접점은 ‘프론트 로딩’(선 비핵화 중대 조치) 방식으로 보인다. 첫 조치부터 북한은 핵탄두 반출과 같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총 2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방식은 맞지만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 비핵화이기도 하다.

이상적으로 전개되면 9~10월까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한 뒤 연말까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무역대표부 설치 등 체제 안전 보장 및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단계에서는 북핵 검증·사찰, 핵시설·핵설비 폐기, 핵인력 관리와 같은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은 북·미 수교, 평화협정, 경제협력 등의 보상 조치를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선언’ 카드를 꺼냈다. 그간 북한이 먼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압박했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려 선제적으로 종전 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북측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종전 선언으로 구속력을 담보하는 동시에, 북으로부터 보다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수준에서 걸림돌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오는 12일에 꺼낼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 있다. 아마도 무척 자세하게”라고 답했다. 북한이 반출할 핵무기의 범위나 개수 등을 정해야 하고 반출 기간도 확정해야 한다. 북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이 줄 구체적인 보상 조치 및 시점도 논의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6-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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