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역 전면 봉쇄… 김정은 ‘극비 방중설’

단둥역 전면 봉쇄… 김정은 ‘극비 방중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3-26 23:08
수정 2018-03-2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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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주째 공식 석상 잠적 “김정일 방중 때와 분위기 비슷”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 및 조건의 수위, 주변국 정세 변동 등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5명의 대북 특사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한 것이 김 위원장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다. 이후 21일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야외 활동은 지난달 16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일)에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마지막 행사였다.

이번 잠적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과 미국도 그렇지만 북한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위해 비핵화 수준 및 조건 등 회담 의제를 정리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드러낸 속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됐지만 트럼프의 의중은 잘 모르는 상태”라며 “특히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 등 ‘슈퍼 매파’들이 등용되면서 더욱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로 중국과 일본이 대북 관계 진전을 서두르는 등 급변하는 주변국 정세도 북한이 고민하는 변수로 꼽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가까워지면 북한은 미·중 갈등을 이용해 줄타기 외교를 재개할 수 있다”며 “또 빠른 남북 관계 진전과 달리 북·미 간 비핵화 실무회담이 길어지면 북한은 한국을 이용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방어하는 시간을 얻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 거대한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김 위원장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설도 돌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날 “일주일 전쯤부터 단둥역에 철판 가림막을 설치해 압록강 다리를 넘어온 기차가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때부터 김 위원장이 중국에 들렀다 러시아까지 간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25일 오후 10시쯤에는 단둥역을 비롯해 압록강 철교 인근이 전면 봉쇄됐고 20~40분 간격으로 기차 두 대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 특별 열차가 단둥역을 지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나 북한 고위급 인사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설과 관련,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 북·중 관계를 봤을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3-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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