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이 밝힌 뒷얘기
“솔직하고 대담했다.”평양의 조선노동당사에서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6일 귀국한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의 인상 비평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7일 전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등 남측 조문단이 상주인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은 있다. 그후 남측 당국자가 북의 권력자로 김 위원장을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과 만찬을 끝낸 뒤 손을 들어 배웅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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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북한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만남을 10여분간 공개한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자주 웃었고, 큰 동작을 섞어 가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6개 항의 발표문 내용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대부분 확정지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6일 발표한 내용은 우리 특사단이 북에서 들은 이야기를 발표해도 되겠느냐고 북측 의사를 묻고, 포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국가 간 신의와 무게감이 실려 있는, 북한이 인정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 결정된 것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논의된 결과로, 대담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평화의 집’ 하나만 놓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면서 “남북이 자유롭게 논의한 끝에 회담 장소가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방북한 만큼 남측에서 제3차 정상회담은 남측의 여론을 감안해 김 위원장이 방남하기를 요청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여야 회동에서 “ 평양, 서울 또는 판문점 어디든 좋다고 제안했는데 북측이 남쪽의 평화의 집에서 하겠다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공개되지 않았던 특사단의 평양 일정도 알려졌다. 특사단은 5일 만찬을 마친 후 ‘고방산 초대소’에서 묵었으며 6일 오전 11시부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배석했다.
특사단은 김 부위원장과 실무회담을 마치고 북측 참석자들과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한 뒤 순안공항으로 이동해 특별기(공군 2호기) 편으로 귀환했다.
방북 기간 특사단과 남측의 팩스 교신은 3차례였다. 지난 5일 오후 5시 ‘1보’를 보내 김 위원장과의 면담 및 만찬 확정을 알렸고 오후 11시 20분쯤 4시간 12분간의 만찬이 끝났음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6일 오후 3시쯤 ‘4시 30분 순안공항 출발, 상황실 종료’라는 내용의 상황 보고를 보낸 뒤 귀국길에 나섰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8-03-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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