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여론을 만들다

여론조사, 여론을 만들다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22-03-03 22:10
수정 2022-03-0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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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철 정당별로 50억~60억 집행
민심 확인 그치지 않고 여론몰이

현대 선거를 좌우하는 여론조사의 힘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여론조사가 만든 대통령 후보’란 말까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두고 “민주당이 키운 윤석열”이라고 일갈했지만,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윤석열을 키운 건 여론조사”라고 입을 모았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자신을 두고 “중앙선관위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수억원을 들인 전화 마케팅을 통해 여론조사 수치를 높이려 했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무차별적인 여론조사 인용 보도에 대한 언론의 반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여론조사기관들에 따르면 대선을 앞둔 거대 양당은 약 50억~60억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비용을 집행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거철에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89개 여론조사기관들은 기본가 300만원(자동응답·ARS)에서 1000만원(전화면접)에 달하는 여론조사 비용으로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대선을 6일 앞둔 3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인용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되면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더 높은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나 더 낮은 후보에게 끌리는 ‘언더독 효과’ 등이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 기간에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2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3일 이후라도 공표, 인용 보도가 가능하다.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유선전화 자동번호추출(RDD), 무선 RDD, 휴대전화 안심번호 방식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900만명에 달하는 알뜰폰 가입자와 휴대전화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민심을 모두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수단이 아닌 민심의 추세를 확인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국내 여론조사 업계와 언론이 여론조사를 오용하고 있다”며 “횟수 제한 등 조사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너무 신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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