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난달 중순 뉴욕 채널 등 이용
블링컨 방한 앞두고 이례적 공개
외교부 “한미 공조 통해 사전 공유”
38노스 “北 영변 핵시설에 연기… 가동 목적 불분명”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영변 핵시설단지에서 연기와 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지난 10일(현지시간) 촬영된 민간업체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추출이 아니라 단순히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가동일 수도 있다며 시설을 가동한 목적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에서는 영변 핵시설단지의 가운데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연기(사각 점선)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38 노스 캡처
38 노스 캡처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지난달 중순 뉴욕(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도 미국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유받았다고 밝혔다.
북미 간 물밑 접촉 움직임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포괄적 대북정책 수립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안보팀의 순방 직전, 이런 내용을 사실상 공개한 것은 북한에 신호를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 신행정부 출범 때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오스틴 장관이 방한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을 참관하지 않는 것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공식 인정하지 않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드러나기 전에는 대화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공개적으로 중단을 요구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 일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측 외교·국방 장관과 2+2 회담이 예고된 만큼 대북정책의 방향에 따라 북한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경제 문제 수습 등 내치에 집중하는 한편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맞는지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한미 장관 2+2 회담에서 강력한 대북 유인책을 제시하고 이것이 북한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1-03-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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