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사 불발 땐 플랜B도, 강경 유턴도 어려워… 靑의 딜레마

공동조사 불발 땐 플랜B도, 강경 유턴도 어려워… 靑의 딜레마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20-09-29 21:32
수정 2020-09-3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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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안에 이틀째 침묵하는 北

문재인 대통령이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굳은표정을 하고 있다. 2020.9.28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굳은표정을 하고 있다. 2020.9.28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시신 훼손 여부·월북·총살 결정 주체 등
남북 발표 완전 엇갈려 공동조사 불가피
일각 “北 침묵 일관·거절할 것” 관측도
靑 묘수 없어 고심… 관건은 김정은 결단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 사건과 관련,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에 대해 북측이 이틀째인 29일에도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동조사 제안을 북측이 거절한다면 ‘플랜B’도, 강경 모드로의 ‘유턴’도 어려운 딜레마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 분노를 임계치까지 끌어올린 ‘트리거’(방아쇠)가 된 총격 후 시신 훼손 여부는 물론 이씨의 월북 의사와 사살 결정 주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동조사는 불가피하다. 남북 발표가 완전히 엇갈리는 터라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의 반응이다.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사과는 북한 체제 속성상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측은 27일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했다”며 사건을 일단락 짓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북이 공동조사 요청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거나 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제는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필요시 공동조사도 요청’을 결정한 데 이어 27일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공동조사 요청,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을 요청했다. 28일에는 문 대통령이 군사통신선만큼은 먼저 복구해 재가동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29일 열린 NSC 상임위는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주변국들과의 정보 협력도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사안으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 그렇다고 북측 지도부를 비난하거나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25일 북측 통지문이 전달된 이후 청와대는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 대북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과 사전 교감을 가지고 공동조사를 제안했던 게 아니라 사실관계 규명이 향후 남북 관계를 위해 양쪽 모두에 절실한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고, 김 위원장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집요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공동수색이 아니라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하고 정보를 교환하자고 한 만큼 제한된 형태라도 수용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09-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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