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하고 싶다며 교동도 답사”… 결정적 제보 34시간 뭉갠 경찰

“월북하고 싶다며 교동도 답사”… 결정적 제보 34시간 뭉갠 경찰

입력 2020-07-27 21:58
수정 2020-07-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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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강화 철책 밑 배수로 통해 월북 추정

18일 오전 2시쯤 택시 타고 월곳리 하차
北과 직선 거리 2.5㎞… 헤엄쳐서 간 듯
물안경·달러 환전 영수증 담긴 가방 발견

방역 당국 “김씨 코로나 확진자 등록 안 돼”
경찰, 월북 조짐에도 국정원과 공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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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 밑, 이 배수로 통해 월북했나
철책 밑, 이 배수로 통해 월북했나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인근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 하구를 헤엄쳐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옷, 물안경 등 김씨의 소지품이 담긴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이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근 남북의 경계를 뚫고 월북한 탈북민 김모(24)씨는 인천 강화군 월곳리 인근의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 지인의 제보를 받고도 30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된다는 북측 발표와 달리 남측에서 확진 판정을 받거나 접촉자로 분류된 사실은 없었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등은 전날 월곳리 철책 밑 배수로 인근에서 김씨의 가방을 발견했다. 옷, 물안경, 통장 1개와 500만원을 인출한 뒤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이 담겨 있었다.

군 당국은 김씨가 배수로로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책에는 열상감시장비(TOD) 등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훼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수로에도 격자 모양의 창살이 막고 있지만, 훼손하고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그동안 “과학화 경계 시스템엔 사각지대가 없다”고 자평했지만, 이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김씨는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 하구로 진입해 북측까지 헤엄쳐 간 것으로 추정된다. 월곳리는 가까운 북측 해안과 직선거리로 2.5∼3㎞에 불과하다. 앞서 김씨는 18일 오전 2시 20분쯤 택시를 타고 월곳리 인근에서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월북을 치밀하게 준비하며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김진아(‘개성아낙’으로 활동)씨로부터 빌린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2일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 여성의 몸에서 김씨의 유전자정보(DNA)가 검

출됐다는 통보까지 받았지만 경찰은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전 1시 1분 경찰은 김씨 지인에게 “김씨가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를 갔었다”는 제보를 받고, 오전 9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이 지난 20일 오전 11시 제보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다음날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같은 날 구인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미 김씨가 월북한 뒤였다. 국가정보원 등과의 정보 공유도 없었다. 김씨가 남측에 존재하지 않던 24일에 위치 추적에 나섰다. 늑장 조사라는 지적에 경찰은 “인정한다”고 했다.

전날 북측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재월북했다고 발표한 것은 코로나 확산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4개면에 걸쳐 최대비상방역 체제를 다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질병관리본부 전산 시스템에 확진자로 등록돼 있지 않고, 접촉자 관리 명부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의심환자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7-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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