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총에 확대·조준경 달았을 뿐인데…실전 살상률 ‘2배’

[단독] 소총에 확대·조준경 달았을 뿐인데…실전 살상률 ‘2배’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7-05 13:30
수정 2020-07-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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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첫 ‘워리어플랫폼 모의실험’ 분석

2026년까지 워리어플랫폼 3단계 개발
1단계 모의실험 결과 살상률 1.5배로
250m 이상 거리에선 살상률 2.28배
사거리 멀어질수록 전투력 더 높아져
아군 생존율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새로운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 6. 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새로운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 6. 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군은 ‘국방개혁 2.0’에 따라 올해부터 육군 병력을 10만명 가량 감축해 2022년 기준 36만 5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또 2022년까지 군단 2개를 줄여 6개로 축소하고, 2025년까지 사단 5개를 줄여 33개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군 입대 자원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병력 감축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많은 분들은 ‘머릿수가 줄어들면 군사력도 감소한다’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군이 보완책으로 마련한 것이 미래형 개인 전투체계인 ‘워리어플랫폼’입니다. 간단히 말해 장병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준경, 확대경, 방탄헬멧, 방탄조끼, 개인화기 등의 개인 장비를 대폭 개선한 겁니다.

워리어플랫폼은 2018년부터 2026년까지 3단계로 추진합니다. 2023년까지인 1단계 사업은 현재 사용하는 장비 성능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육군 연구팀이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을 통해 1단계 워리어플랫폼 모의실험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분석에는 ‘지상무기효과 분석모델’(AWAM)이 사용됐습니다.

연구팀은 확대경과 조준경으로 사격능력을 높이고 방탄헬멧, 방탄조끼로 장병 방호력을 강화해 적군과 교전할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이렇게 장비를 일부 개선했을 뿐인데, 살상률 등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지금까지 이런 장비를 도입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K2 명중률, 250m에서 15.2%p 상승

5일 육군 연구팀이 작성한 ‘AWAM을 이용한 워리어 플랫폼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K2 소총과 마일즈 장비(레이저빔을 쏘는 교전장비)를 사용하고 확대경과 조준경을 장착한 장병이 움직이거나 장애물 뒤에 숨은 표적 1개당 5발씩 이동·정지 사격을 한 결과 100m에선 명중률이 4.8%p, 200m에선 9.4%p, 250m에선 15.2%p 상승했습니다.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새로운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 6. 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새로운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 6. 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표적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오히려 명중률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다만 연구팀은 거리별 구체적인 명중률 수치는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장교와 부사관, 병사로 구성된 보병 소대급(30여명) 모의 교전에선 적 살상률이 급상승했습니다. 모의 전투에서 우리 군은 K2 소총과 K201 유탄발사기, K3 경기관총을, 가상의 적군인 북한군은 AK 소총, 73형 경기관총 등을 장비한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양측은 산악지형과 개활지에서 4시간씩 공격과 방어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분석에서 확대경과 조준경을 보유한 소대의 적 살상률은 K2만 소지한 것과 비교해 1.50배로 높아졌습니다. 250m 이상의 거리에선 살상률이 무려 2.28배로 상승했습니다. 개활지는 살상률이 16.0%p 상승해 2.95배, 산악지형은 43.6%p 증가해 2.20배로 높아졌습니다.

●개활지에서 아군 사망률 크게 낮아져

또 개활지에서 ‘손실교환비’(적군 사망률을 아군 사망률로 나눈 값)는 5.4대1에서 66.4대1로 12.24배, 산악지형에서는 14.5대1에서 23.8대1로 1.64배로 상승해 특히 개활지의 전투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2의 성능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확대경과 조준경을 장착해 원거리 교전능력이 높아지면서 적 피해 발생 비율이 2.97배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사거리별 적 피해 발생 비율은 100~250m가 장비 개선 전 13.5%, 개선후 16.8%였고 250~400m는 각각 16.0%, 37.5%, 400~600m는 10.6%, 23.9%, 600m 이상은 7.4%, 16.4%로 조사됐습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대 게임체인저 워리어플랫폼’ 군 전투피복 착용체계 정립 및 첨단기술 적용방안 세미나에서 장병들이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투피복을 선보이고 있다. 2018.3.12.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대 게임체인저 워리어플랫폼’ 군 전투피복 착용체계 정립 및 첨단기술 적용방안 세미나에서 장병들이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투피복을 선보이고 있다. 2018.3.12.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강화된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영향으로 아군 생존율은 14.8%p 상승해 기존 장비와 비교해 평균 1.20배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산악지형에선 아군생존율이 28.4%p 상승해 1.87배로 높아졌는데, 이는 적의 피해가 늘어 사격량이 감소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공격력을 높이면 방어력도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가 입증된 겁니다.

방탄조끼를 착용했을 때 AK 소총에 대한 흉부 명중률은 9.2%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방탄헬멧을 착용했을 때 권총탄 머리 명중률은 5.8% 줄었습니다.

●미래 전장 좌우할 ‘5대 게임체인저’로 육성

육군은 드론봇, 고위력 미사일, 기동군단, 특임여단과 함께 ‘워리어플랫폼’을 미래 전장을 좌우할 ‘5대 게임체인저’로 보고 장비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년전과 비교해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열악한 개인 장비를 개선해 전투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성능 좋은 조준경과 확대경을 개인 장비로 보급하면 이번 연구 결과처럼 사격실력이 좋지 않았던 병사도 ‘특등사수’로 육성할 수 있게 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근차근 설정한 목표에 맞게 성능 좋은 장비를 하나씩 개발하다보면 언젠가 ‘세계 최강 육군’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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