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핵화 협상 압박에 움직인 북중… ‘새로운 길’ 돌파구 뚫나

한미 비핵화 협상 압박에 움직인 북중… ‘새로운 길’ 돌파구 뚫나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6-17 23:02
수정 2019-06-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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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북 결정 배경은

中, 무역전쟁·홍콩 문제 수세에 반전 의도
“트럼프에 김정은 ‘중대 결심’ 전할 가능성”
北 영향력 선점 놓고 러와 경쟁도 한 몫

北, 북미 교착 벗어나 대화 국면 전환
美에 양보 촉구 차원서 북중회담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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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한다고 신화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방중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 베이징 EPA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한다고 신화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방중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
베이징 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방북을 전격 결정한 것은 일단 북핵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등 중요한 북미 간 협상을 전후로 시 주석과 만나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의 북미 간 협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서려는 수순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한미 양국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압박하는 것이 북중 간 밀착을 추동시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북중이 손을 잡는 그림을 연출했다는 얘기다.

중국으로서는 더이상 북한의 방문 요청을 미루기 힘든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4차례 방문하는 동안 시 주석은 한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이는 혈맹인 북중 관계에 걸맞지 않은 불균형이다. 여기에 ‘화웨이’ 갈등으로 미국에 강경한 자세를 불사하는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점도 시 주석의 방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 문제로 미국과 더욱 불편한 관계가 된 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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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지도자의 국빈 방문 초청은 김 위원장이 중대한 결심을 했다는 의미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제시하는 북핵문제 관련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전쟁 화해의 의미로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 무역전쟁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자랑하는 북한 문제가 교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보”라며 “중국 입장에선 이 시기에 시 주석이 방북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훼손하거나 해체하는 게 아닌 교착된 북미 관계를 풀어주기 위해 김 위원장의 입에서 비핵화를 재확인하고자 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시 주석이 더 늦기 전에 북한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미가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밀착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누가 선점하느냐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하는 구도가 돼버렸다. 시 주석이 더 늦기 전에 방북해 동북아 정세에서 중국의 이익을 점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시 주석이 방북을 계기로 식량 지원, 당대당 협력 등 선물을 들고 가면 김 위원장이 외교·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에 북한이 자신감을 갖고 북미 협상, 남북 대화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처럼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여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에 다시 나갈 입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촉구하며 압박하는 차원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외에 ‘새로운 길’이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시 주석의 방북을 조기에 성사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9-06-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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