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사위 탈북했는데…전직 ‘김정은 금고지기’ 전일춘 北TV 등장

딸·사위 탈북했는데…전직 ‘김정은 금고지기’ 전일춘 北TV 등장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2-17 08:09
수정 2021-02-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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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 조선중앙TV는 16일 광명성절을 맞아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입을 빌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전 전 실장은 남산고급중학교 동기다. 최근 전 전 실장의 딸과 사위가 탈북한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북한 TV에 모습을 드러낸 점이 눈길을 끈다. 2021.2.16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김정일 생일 기념방송 출연해 ‘동창 김정일’ 추억
최근 딸·사위 가족이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16일 북한 방송에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일·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통하는 전일춘 전 실장은 최근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아내·자녀와 함께 탈북한 뒤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공개됐지만, 북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 가족은 2019년 9월쯤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TV는 16일 ‘회고방송시간-학창 시절에 보여주신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 소개편집물을 통해 전일춘 전 실장이 기억하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1960년 7월 남산고중을 졸업을 앞둔 때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담임 선생님과 저희와 함께 대동강가에 나오셔서 대동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줬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1999년 1월에 저를 친히 부르시고 ‘김형남 선생님 생각이 요즘 자주 난다(…)미망인이 가족하고 살고 있겠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동무가 나를 대신해서 한번 찾아가 보아라’고 간곡히 말씀했다”며 “바쁘신 속에서도 담임 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관심을 두고 계시는가 해서 저는 심한 양심상 가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일춘 전 실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남산 고급중학교 동기로, 학창시절 추억 및 사제 간의 정을 언급한 것이다.

이 영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을 맞아 방영됐다.

전일춘 전 실장은 2010년 2월부터 8년가량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을 맡아왔다.

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곳으로, 대성은행, 고려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평대흥수산사업소, 문천금강제련소 등 노른자위 기업소 100여곳을 직영한다.

‘슈퍼노트’(미화 100달러 위폐) 제작, 마약 거래 등 불법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춘 전 실장은 2017년 말쯤 교체돼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8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수위 추대 6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끝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약 3년 만에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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