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회담 이후 이례적 비난 강도… “南 ‘여건조성’ 외우며 협력 제동”
북한이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현 남북화해 국면에서는 드물게 남측 당국,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직설적 비난을 내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신문은 이날 ‘주제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13일 ‘싱가포르 렉처’ 발언 내용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감히 입을 놀려댄 것’,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시질’ 등 거친 언사를 써 비난한 것이다.
북한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 당국의 대북 태도를 간간이 비판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이날 노동신문의 논평은 개인 필명으로 공식성을 낮추기는 했으나 강도가 이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현재의 남북관계 진전 속도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논평이 “북남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중대 문제들이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며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고 ‘여건 조성’을 외워대며 한사코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이를 직접 보여준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척되지 않는 한 미국 주도의 국제적 제재 체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4·27 판문점 선언 등에서 합의된 남북 간 협력사업이 진행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남측 당국이 좀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발휘하기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열린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경제협력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실제로 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북미관계와 별도로 남북관계에 좀 속도를 내자는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나 미국의 독자제재 틀 속에서 제한적으로 하려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평이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자기 주견을 가지고 제 마음먹은 대로 실천해 나가고 있단 말인가”라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을 교환하기 위한 북미 간 협상은 최근 양측이 쉽사리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답보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제재 해제애 대해서도 ‘비핵화 전 제재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은 강한 한미 공조가 유지되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민족 공조’ 우선시를 요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이날 “(남측 당국이) 아직도 사대적 관념에 사로잡혀 케케묵은 한미동맹 타령으로 겨레의 통일 의지가 안아온 민족사적 사변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극히 망령된 짓”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미 관계 속에서 한미가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에 대한 견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연쇄고리를 만들어 현재의 흐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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