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명 판문점 경유 이례적…“‘北은 평화존중’ 메시지 발신 의도”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는 북한경비병
12일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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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5일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예술단 140여 명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남측에 수송수단 등의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
판문점을 통해 140여 명이 한꺼번에 내려오는 건 이례적이다. 정부는 유엔군 사령부와의 협의를 거쳐 판문점을 통한 북한 예술단의 육로 방남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단의 방남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면 이들의 판문점 경유는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판문점에는 출입경 시설이 없지만 유엔사의 협조가 확보된다면 남북 간 사전협의로 해결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측이 출입경 시설이 대규모로 갖춰진 경의선 육로 대신 판문점을 선택한 배경도 주목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방문단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규모 예술단이 판문점을 넘는 모습을 연출해 파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16일 “판문점은 정치적 상징성이 워낙 큰 곳”이라며 “예술단의 판문점 경유를 통해 북한이 평화를 존중하는 정상적 체제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발신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출입경에 주로 이용되던 경의선 육로의 경우 개성공단을 남측이 끊은 상황에서 우리가 요청하면 몰라도 먼저 (방남경로로) 택하고 싶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판문점을 통해 남북이 오간 사례는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과한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1984년 남측에 큰 수해가 났을 때 북측이 판문점을 통해 지원물자를 보낸 적도 있다.
2000년대 초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가 뚫린 이후부터는 남북 간 인적·물적 왕래가 그쪽으로 집중돼 굳이 판문점을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어민들이 송환될 때 가끔 이용되는 정도였다.
드물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 인사들도 방북 시 판문점을 거친 적이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차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6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도 판문점을 이용했다. 2007년 9월 북한과 핵시설 불능화 방안 협의차 방북한 미국 대표단도 판문점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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