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예배 공간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미술관을 포함한 박물관도 관람객이 느끼는 안팎의 공기는 크게 다르다. 특히 국가대표급 박물관이라면 어디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종교적 성소에 준하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이런 박물관의 경비와 검색은 대부분 삼엄하다. 제복차림 요원의 날카로운 눈빛을 의식하며 엑스레이 검색대를 지나다 보면 허튼짓하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언젠가 찾았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짜증 날 정도로 검색이 철저했다. 모든 관람객을 소장품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다루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지경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기다리고 기다려 검색대를 통과한 뒤 길고 긴 줄에 다시 서서 입장권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지러웠던 적이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고고학 박물관은 아예 군인이 경비를 맡고 있다. 관람객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건물 밖에서 총을 든 경비병들에게 신분증이나 여권을 보여주어야 입장할 수 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있는 중국국가박물관은 신분증을 내보여야 입장권을 받을 수 있고, 까다로운 검색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아무도 긴장하지 않으면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폭발물이나 인화물질의 유입을 방지하는 검색 시설조차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물관에 성(聖)과 속(俗)을 가르는 최소한의 경계를 만들면 문화유산의 격(格)이 높아진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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