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유로운 영상예술… 관심이 세상 변화 이끌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가장 자유로운 영상예술… 관심이 세상 변화 이끌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6-14 00:07
수정 2024-06-15 23: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7> 유채린 감독의 ‘가여운 남자’…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축제 공식 초청

보살핌 받는 게 전부인 남자
희생하며 그를 돌보는 여자
K팝과 팬덤문화 이면 지적
단순·감각적 ‘선’ 묘사 호평

이미지 확대
애니메이션 감독 유채린은 K팝 산업과 팬덤문화의 병폐를 꼬집은 작품 ‘가여운 남자’로 최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34회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유채린 감독 제공
애니메이션 감독 유채린은 K팝 산업과 팬덤문화의 병폐를 꼬집은 작품 ‘가여운 남자’로 최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34회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유채린 감독 제공
“애니메이션은 가장 자유로운 영상예술입니다.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가 어마어마하죠.”

어렸을 적 어머니의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미술 교습소를 다녔단다. 그곳에 그림을 그리러 가는 게 마냥 좋았고, 이후 쭉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러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잘 그리고 싶어서 고등학교를 만화애니메이션과로 진학했고 그렇게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는, 별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

애니메이션 감독 유채린(21)은 지난 3~8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열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축제인 제34회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애니메이션 ‘가여운 남자’로 이 행사 학생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현지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던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이 행사가 정말 ‘축제’라는 게 아주 잘 느껴졌어요. 애니메이션을 낯설게 느끼지 않는, 이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장이었어요. 각자의 이야기를 모두가 경청하고, 모든 행사 마무리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파티도 열리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어떻게 더 잘 담아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기회를 얻었어요. 이 축제에 다시 오고 싶어서라도 작품을 계속할 듯합니다.”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축제는 ‘프랑스 앙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캐나다 오타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일본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불리는 권위 있는 행사다. 특히 작품을 평가할 때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미지 확대
유채린 감독의 애니메이션 ‘가여운 남자’ 스틸컷. 유채린 감독 제공
유채린 감독의 애니메이션 ‘가여운 남자’ 스틸컷.
유채린 감독 제공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선(線) 묘사가 돋보이는 ‘가여운 남자’는 대상화된 남성의 이미지를 젊은 여성이 어떻게 소비하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설명에서 명징하게 드러나듯 애니메이션은 K팝과 팬덤문화의 예민한 이면을 건드리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소곳이 앉아 보살핌을 받는 게 전부인 남자와 그를 돌보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봤어요. 아이돌은 철저히 가공돼 세상에 공개되는 ‘우상’ 이미지인데, 몇몇은 마치 그것을 하나의 인격체로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애, 흡연, 제모 여부까지 살피며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장악하고 있다고 여기기도 하죠. 그 방식이 굉장히 희생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미국 카툰네트워크에서 방영했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라고 한다. 엉뚱한 인간 핀과 걸걸한 유머를 구사하는 말하는 강아지 제이크가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는 “항상 어디론가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걸 제대로 자극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평했다.

“애니메이션은 프레임의 예술이고, 새로운 형식의 그래픽이 다양하게 생성될 수 있는 장르입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이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거라고 믿어요. 앞으로도 제가 본 세상을 소소하게 풀어내 보고자 해요. 그러면서도 위트를 놓지 않았던, 그런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2024-06-14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