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변화 움직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선생님들로부터 2~3년간 교육을 받으면 가정환경이 어떻든 관계없이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매우 높다. 반면 그렇지 못한 선생님을 2년간 계속 만난다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단체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만큼 교사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 같은 주장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 언론들은 미국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능한’ 교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무능한’ 교사들은 교단에서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교사들의 자질 향상을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그러기 위해 교사들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43억 5000만달러)을 더 많이 지원받기 위해서는 주정부들로 하여금 교사들을위한 성과급제 도입 등 교육개혁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의 개혁이다. 미 상원에서도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교육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도 교사는 ‘철밥통’
미국의 경우 교사들의 직업 안정성은 매우 높다. 교사로 임용된 뒤 3~4년 만에 정년을 보장받게 되면 아주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는 해고가 매우 어렵다. 막강한 교사노조가 버티고 있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미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 학년도에 정년이 보장된 정규교사 가운데 해고된 교사는 1.4%이고, 근무실적이 나빠 경고를 받은 교사는 7%였다. 뉴욕주의 경우 1년에 약 0.01%의 교사가 무능과 관련돼 일자리를 잃었다. 거의 한 명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로드아일랜드주의 센트럴폴스고등학교 교장은 학생성취도가 하위권을 맴돌며 좀처럼 향상되지 않자 교사들에게 수업시간과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74명의 교사를 전원 해고해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교장의 이 같은 조치를 지지하면서 이 학교의 과감한 결정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미국진보센터의 로빈 차이트 연구원은 무능한 교사들을 걸러내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무능한 교사들이 많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무능 교사에 대한 퇴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장이나 교사들이 평가제도를 무시한다는 점, 그리고 학교 전반의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다.
●AFT “학업성적 평가반영검토”
워싱턴 DC 미셸 리 교육감의 과감한 교육개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 평가 결과를 토대로 무능한 교사와 교장을 대거 해고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교사들에 대한 성과급제 도입은 교사노조의 반대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리 교육감은 교사들이 정년보장을 포기하는 대신 해마다 평가를 통해 최대 200%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보수안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수업평가 등을 근거로 최대 13만달러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평균 7만 5000달러의 두 배나 된다.
교사노조는 교사들에 대한 평가를 학생들의 시험성적 등 학업성취도를 근거로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이 같은 평가방법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120만명의 노조원을 이끌고 있는 미국내 2대 교사노조인 미국교사연합(AFT)은 교사들에 대한 평가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사 재교육도 동시 추진해야”
미국 교육계는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이고 교육개혁의 핵심인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들을 교직으로 끌어들이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교직에 계속 종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늘려야 하며, 무능력한 교사를 솎아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교사들에 대한 훈련,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kmkim@seoul.co.kr
2010-03-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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