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데리고 산책 나와 건강 챙기고 친구 사귀며 웃음꽃 피우니 ‘일석삼조’
10개월 된 진돗개 ‘곰돌이’와 네 살 화이트테리어 ‘나리’ 아빠인 강효섭(60)씨는 “반려동물로 등록한 뒤 한 달을 벼르다 찾아왔는데 역시 애들이 너무 좋아하네요”라며 웃었어요. 한 살 된 포메라이안 ‘노래’와 나들이 나온 하원호(34)씨 부부는 “사회성을 키워야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덜 짖고 온순해지거든요. 앞으로 자주 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1호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반려견을 위한 복지시설이죠.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서 7월 31일 문을 열었어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2번 출구에서 구의문 사거리 쪽으로 걸어서 10~15분 거리랍니다. 비 오는 날 빼고는 매주 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문을 열어요. 12~2월엔 쉬어요. 제가 이래 봬도 은근히 인기랍니다. 16일까지 3405마리나 놀다 갔어요. 함께 온 견주는 4861명이에요. 개장일이 54일이니 하루 평균 63마리, 90명이 이용한 셈이죠. 주말엔 정말 붐벼요. 지난달 1일에는 200마리가 넘었어요.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구의문 주차장 옆 반려견 놀이터에서 시민들이 강아지들을 풀어 놓은 채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전 지난해 9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에 동물보호과가 생긴 덕분에 태어났어요. 이곳에서 반려견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어울리도록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죠. 큰 기대를 갖고 오시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농구 코트 두 개를 합친 크기(747㎡·227평)에 불과해요. 나무가 우거진 자연 그대로의 녹지에 벤치와 그루터기 의자 서너 개, 반려견을 위한 수도 시설과 간이 화장실을 들여놓고 녹색 울타리를 쳐놓은 정도예요.
그래도 공짜 입장이란 것 잊지 마시길. 하지만 정식 등록된 반려견만 들어올 수 있답니다. 또 간단한 신상정보를 작성하면 신장측정표 앞을 지나게 돼요. 중소형견과 대형견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거든요. 키 40㎝가 기준입니다. 원래 큰 쪽(459㎡)이 중소형, 작은 쪽(288㎡)이 대형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비탈 문제도 있고 해서 견주들 의견에 따라 바꿨어요. 중소형견이 8~9배 많이 와요. 그런데 실제 크기 구분은 무의미하답니다. 처음 방문한 중소형견이 작은 쪽에서 분위기를 익히다 보면 큰 쪽으로 옮겨와 뛰어놀려고 하거든요. 위험하지 않냐고요? 처음 마주쳤을 때 으르렁하기도 하지만 곧 친해지죠. 문제가 생겨 퇴장당한 경우는 아직 없답니다.
놀이터 관리자가 입구에서 반려동물 등록 여부를 가리고 있다. 리더기를 갖다대면 국가코드 410으로 시작하는 열다섯 자리 숫자가 뜬다. 일일이 검사를 받자니 귀찮을 듯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를 찾기 위해 일부러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80~90%가 능동, 군자동, 구의동, 중곡동 등 주변 동네에서 찾아와요. 신림동이나 구로동 등 이따금 먼 곳에서 소식 듣고 방문한 견주들은 무척 부러워하죠. 개들이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선 아직까지 저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면목동에서 4개월 된 리트리버 ‘라리’와 함께 한 시간 정도 걸어왔다는 구본형(30)씨는 “더 작은 규모라도 집 근처에 생기면 정말 좋겠다”고 했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반려견 놀이터를 공원 시설에 포함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래요. 다음 달 공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앞으로 저와 비슷한 공간이 조금씩 늘어날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공원들은 민원 때문에 힘들고, 30만㎡ 이상 대형공원을 중심으로 생길 것 같아요. 벌써부터 즐거워하는 견공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얼마 전 이런 기사가 났더군요. 여신금융 업계가 올해 8월 애완동물 시장에서 쓰인 카드 사용액을 조사했더니 모두 831억 9000만원이었대요. 시장 전체 규모가 1조 8000억~2조원에 달한다네요. 예전엔 관련 시장이 사료나 용품, 미용, 의료 정도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전용 호텔과 해수욕장, 유치원, 놀이터, 카페, 장례식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애완동물 팔자가 상팔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해요. 이렇다 보니 애완동물 장의사나 옷 디자이너, 브리더(번식사), 핸들러(도그쇼 매니저), 트리머(미용사) 등 새로운 직업도 생기고 있어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까지 뛴대요. 정말 놀랄 노자죠.
애완동물을 요즘엔 가족의 개념을 담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잖아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1000만명은 족히 넘을 거래요. 서울만 따져 보면 반려동물이 152만 마리라네요. 전체 가구수의 27%예요. 네 집 중 한 집꼴로 반려동물이 있다는 뜻이지요. 이 가운데 반려견은 50만 2890마리로 추정된답니다. 이쯤 되니 반려견 복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듯해요. 제가 자부심을 갖고 뽐낼 만하지 않나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3-10-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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