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60% 차별금지법 찬성… “○번 후보, 성소수자 정책 있나요”

[단독] 국민 60% 차별금지법 찬성… “○번 후보, 성소수자 정책 있나요”

최훈진 기자
입력 2021-12-16 17:28
수정 2022-01-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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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3·끝> 성소수자 인권 눈감은 정치권

대선 후보 4명 중 심상정만 법 제정 동의
“트랜스젠더 차별 해소 위한 공약 준비중”
이재명 “차별하면 처벌 오해 상당” 유보
윤석열·안철수 “최종 검토 안 돼” 미답변

국민 여론은 “차별금지법 필요” 기울어
“법안 통과를” 57.6%… 반대 19.8% 그쳐
62%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 금지해야”

14년째 국회서 법 발의·폐기 반복한 사이
변희수·김기홍 등 차별에 맞서다 스러져
“촛불로 탄생한 文정권, 즉각 법 제정해야”
서울신문은 주요 대선 후보 4명에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명시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후보의 동의 없이 답변이 나갈 수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미뤄 오다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질의 전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은 유일하게 법 제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적극 동의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누구나 평등하다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종교, 사상,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소수자의 인권 향상은 물론 우리 사회가 좀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걸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후보 측은 서울신문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공동으로 지난달 22일 보낸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의 한 발로이며, 어떤 영역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차별하면 무조건 처벌된다’ 등 오해가 상당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신중론을 폈다. 학교나 공공기관에서의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성적 지향은 타고나는 것이기에 그걸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교육은 각 기관의 자율과 특색에 맞게 하는 것이라는 점 또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 성별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주민등록번호 전면 임의번호화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수용 가능한 방향”이라며 동의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측은 “최종 검토가 안 되고 있다” 등의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아 더 검토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조화해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라며 “평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사례를 들어 “선진국조차 포괄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차별금지를 사회 전체적으로 강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심 후보 측은 “성소수자의 차별을 사회적 합의 대상으로 보는 건 이들의 차별을 당연시하고 인정하는 반인권적 차별에 다름 아니다”며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에 포함돼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성별불일치로 고통받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대법원 예규로 규정된 성별정정 요건을 법률로 격상시켜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공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공공기관 건물에 성중립화장실을 시범 설치하고 학교 교사 등 교직원을 포함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법 제정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서울신문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차별금지법안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전체 응답자의 57.6%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답했다. 통과되어선 안 된다는 응답은 19.8%에 그쳤다.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 금지에 전체 응답자의 62.0%가 동의했다.
국민 과반이 찬성하는 법안이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논의되지 못하는 사이 변희수 전 하사, 김기홍 활동가 등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편견에 맞서다 스러져 갔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처음 정부 입법으로 추진된 이후 14년째 법안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총 4건이 발의됐다. 지난달 차별금지법 국민청원 심사가 시작됐지만 국회 임기 종료 마지막날인 2024년 5월로 미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때 후보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지만 2017년 대선 때는 이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다. 지금도 성소수자 청소년과 그들의 가족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차별과 혐오에 마음 졸이며 하루를 버틴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이 후보 측이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한 차별금지 사유는 더이상 논란 거리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법 추진 계획을 밝히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실질적인 피해는 차별받는 소수자뿐만이 아니라, 평등이 유예되고 있는 우리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의 힘에는 다양한 사람의 권리, 존중, 평등의 가치를 높이자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정권이 얼마나 그 가치를 위해 싸웠고 변화시켰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2017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견해를 밝혔던 문 대통령은 임기 6개월을 앞둔 지난달 뒤늦게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고 성소수자에게 사과하라”고 항의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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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1-12-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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