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③·끝> 3·1 이념: ‘가치국가’ 한국사회의 지향
3·1운동 3·1정신의 기반 위에 세워진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국가다. 3·1운동 3·1정신이 만들어 낸 3·1이념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는 한번도 갖지 못한 그 특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대한민국은 자유, 평등, 인권, 법치 등 자유민주주의가 갖는 4개의 가치를 지향하고 실현하는 국가다. 이 영원한 가치를 발견해 후손들에게 길을 밝혀준 것이 3·1운동 3·1정신이다. 사진은 독립기념관에 있는 불굴의 한국인 조각상.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 제공
대한민국의 이러한 성공은 오로지 자유민주주의가 갖는 다음 4개의 가치를 실현하려 끊임없이 다짐하고 노력해온 결실이다. 이 4개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치국가’의 건설이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의 목표였을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 우리 자손들 대대손손의 목표며 이상이다. 이 4개의 가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만의 것이 아니라 이 지구상의 인류 모두의 가치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다.
이 4개의 가치 중 첫째는 ‘자유’다. 우리 민족을 가장 역동적으로 만든 3·1운동 3·1정신에서도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자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의 기본 가치다. 정치에서 우리는 어떤 정부 어떤 대표를 선택할 것인가의 자유를 가져야 하고 경제에서 우리는 재산의 사적(私的) 소유의 자유와 시장경쟁에 참여할 자유를 가져야 하고 사회에서는 지역이동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집단 소속의 자유를 그 어떤 개인이든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문화에서는 사상의 자유, 종교 믿음의 자유. 학문 연구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자유는 반드시 경쟁을 수반한다. 경쟁 없는 자유가 없고, 자유 없는 경쟁이 없다. 경쟁이 있어 인류는 발전한다. 경쟁하면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이길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하지만 질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한다. 진 사람에게 너는 왜 졌느냐고 질타하거나 억압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사회다. 어떤 사회든 영원히 이기는 사람도 없고 영원히 지는 사람도 없다. 흥망이 유수하다는 말처럼 이기고 지는 것, 흥하고 쇠하는 것은 돌고 돈다. 그것이 자유로운 사회이고 자유의 가치다.
#천부인권 평등은 신분·기회·출발시점의 평등
둘째로 ‘평등’이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평등은 천부의 인권이다.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부여한 권리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생기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평등하지 못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고취되고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면서 평등하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어떤 사람은 재산이 많고 어떤 사람은 가난하다, 어떤 사람은 지위가 높고, 권력도 많고, 어떤 사람은 지위가 낮고 권력도 없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도 불평등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엇이 평등하단 말인가. 그 평등은 신분(身分)의 평등이다. 조선시대의 신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의 위아래가 귀족 양반의 집에서 태어나면 귀족 양반이 되고, 상민 천민의 집에서 태어나면 상민 천민이 되는 것이다. 이를 귀속적 지위(歸屬的 地位·ascribed status)라 한다. 반면 자신의 업적으로 얻어지는 지위는 획득적 지위(獲得的 地位·achieved status)라고 한다. 현대사회의 이런 지위는 고정된 지위 혹은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지위가 아니다.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바뀌게 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양반 상놈처럼 오래오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평등처럼 기회의 평등, 출발시점에서의 평등만 보장되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셋째로 ‘인권’이다. 인권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사람으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을 권리다. 사람은 누구나 꼭 같이 사람대접을 받아야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더 많은 사람대우를 받고,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더 적은 사람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은 또 함부로 구속되거나 고문을 당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 인격적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신성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조선시대의 인격적 가치, 인간적 대우는 오로지 양반에게만 있었다. 아직도 공산주의 사회,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오로지 권력자에게만 사람대접이 있다. 그들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 누구이든 어느 한순간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인류역사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의 가치가 실현되고부터다.
#법치는 누구에게나 값이 같은 시장 공평성과 같아
넷째로 ‘법치’(法治·rule of law)다. 법치는 법에 의한 통치다.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 권력자도 법에 구속되고 권력기관도 법에 구속된다. 물론 일반 국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법치는 흔히들 시장(market)의 공평성(公平性)에 비유되기도 한다. 시장 상인이 귀족이라고 물건을 싸게 팔고 서민이라고 비싸게 팔지 않는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똑같은 값으로 판다.
법치도 그와 같다. 폴리스라인을 벗어나서 데모를 하면 국회의원도 구속을 한다. 대통령도 뇌물을 먹으면 감옥에 간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나 법의 집행을 받는 사람이나, 법으로 감시하고 감독하는 사람이나 법에 감시당하고 감독받는 사람이나 똑같이 법에 묶이는 것이다.
이 법치의 역사도 그렇게 길지 않다.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면서부터다. 그 이전은 소위 인치(人治·rule of man)였다. 법이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스리는 것이었다. 오늘날도 아직 남아 있는 사회주의 국가, 공산주의 국가를 보라. 이 나라들은 모두 인치다. 법은 허울만이고 법의 이름으로 사람이 다스리고 있다. 사람이 다스린다는 인치는 법의 잣대가 다스리는 사람 마음대로, 권력 쥔 사람 생각대로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누구나 믿고 복종하는 객관적인 법의 잣대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법치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실현하려는 가치국가(價値國家)는 이 네 가지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국가다. 이 네 가지 가치는 이미 100년 전 3·1운동 때 3·1정신과 3·1이념이 제시해준 가치다. 어떻게 100년 전에 우리 선인들이 그런 가치를 품고 있었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그 가치는 인류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영원한 인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 선인들이 일본보다 중국보다 앞서 깨달은 것이다.
이 영원한 가치를 발견하고 우리들 후손들에게 길을 밝혀주신 우리 선인들의 3·1운동 3·1정신 그리고 3·1이념, 우리는 너무 감사하고 고이 그리고 깊이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시 새롭게 3·1운동을 읽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2017-03-2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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