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아르헨티나 개미’에 카페인 투여 실험
카페인 투여 개미, 미로 더 빠르게 통과 확인
효과적인 해충 방제에 활용 기대감
저~중간 농도의 카페인은 인지능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근거로 해충 방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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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동물들도 커피 같은 카페인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사람과 비슷한 효과를 보일까.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동물학·진화 생물학과, 생화학 연구센터, 이탈리아 트렌토대 마음·뇌 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개미들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해충 방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 5월 24일 자에 실렸다.
아르헨티나 개미(Argentine ant)는 대표적인 해충으로 방제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성 미끼를 사용해 방제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개미들이 미끼를 섭취하는 비율이 낮아 효과가 낮다.
이에 연구팀은 카페인이 꿀벌이나 땅벌의 학습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개미가 미끼 위치를 학습하고 동료들을 그쪽으로 더 많이 이끌고 올 수 있게 하느냐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연구팀은 개미들이 독성 미끼를 더 많이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인지적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카페인을 투여하기 전(왼쪽)과 투여 후(오른쪽) 아르헨티나 개미의 모습. 카페인을 투여받은 개미는 미로를 더 효율적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관찰됐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제공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제공
그 결과, 카페인이 없는 설탕물을 투여받은 개미들은 장애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고, 반복 실험에서도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고용량 카페인을 투여받은 개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용량, 중간 용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들은 실험을 거듭할수록 장애물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짧아졌다. 저용량 투여 개미들은 처음 장애물을 빠져나가는데, 약 300초 걸렸지만, 최종 실험에서는 113초로 약 3분의1로 줄었으며, 중간 용량 투여 개미들은 54초로 6분의1 수준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 후 개미들은 먹잇감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한 것이 아니라 먹잇감까지 가는 다양한 경로 중 짧고 덜 복잡한 곳을 선택함으로써 시간을 줄였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개미들이 미끼를 더 찾게 하고, 페로몬 흔적을 더 많이 남겨 동료 개미들이 더 빨리 찾도록 함으로써 개미들이 독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 더 빨리 퍼트리도록 해 방제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토머 차즈케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행동생태학·비교심리학)는 “아르헨티나 개미 같은 해충에게 카페인은 중독 현상을 일으키고 통제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라며 “해충 방제에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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