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타임머신 타고 ‘추억 여행’ 떠난다 [달콤한 사이언스]

새들은 타임머신 타고 ‘추억 여행’ 떠난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5-19 14:00
수정 2024-05-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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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새는 저장된 먹이의 위치를 기억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어치새가 오래전에 숨겨놓은 먹잇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일화 기억’ 능력처럼 과거를 정확히 회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제공
어치새는 저장된 먹이의 위치를 기억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어치새가 오래전에 숨겨놓은 먹잇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일화 기억’ 능력처럼 과거를 정확히 회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제공
흔히 사람들은 ‘응답하라’ 시리즈나 최근 ‘선재 업고 튀어’ 같은 과거 소재 드라마를 보거나, 옛 모습을 재현한 장소를 가면 ‘추억 여행’을 한다. 추억 여행이 가능한 것도 알고 보면 과거의 사건과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때문이다. 그런데, 추억 여행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싱가포르 국립대의 심리학자들이 유라시아 어치라는 새는 과거 사건에 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5월 16일 자에 실렸다.

사람은 사건을 기억할 때 의식적으로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고,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세부 사항을 기억해내는 ‘정신적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다. 일화 기억이라는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저장된 먹이의 위치를 기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유라시아 어치 7마리를 대상으로 일화 기억 능력을 시험했다. 연구팀은 똑같이 생긴 4개의 컵을 일렬로 세워놓고 컵 아래에 먹이를 넣는 것을 보여준 뒤 먹이가 놓인 컵을 정확하게 선택하면 보상을 줬다. 반복 훈련을 통해 어치들은 먹이가 숨겨진 올바른 컵을 식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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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새의 일화 기억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 장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공
어치새의 일화 기억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 장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공
연구팀은 독특한 모양을 가진 컵 중 하나 아래에 먹이를 놓는 것을 보게 한 다음, 10분 뒤 컵을 재배열해 기억력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먹이가 숨겨진 컵의 위치가 바뀌고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새들은 70% 이상 컵을 정확히 찾아냈다. 이는 인간의 일화 기억 능력과 비슷한 기억력을 어치새가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새들도 일화 기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래전에 숨겨둔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니콜라 클레이튼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비교인지과학)는 “어치새들은 기억이 만들어질 당시 특별한 가치나 관련성 없는 세부 사항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쉽게 정보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의 사건이나 상황을 재현해 내는 인간의 일화 기억과 똑같은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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