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먹는 것’을 중단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과 세포를 찾아냈다. 폭식, 과식을 조절하고 섭식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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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이 큰 것일까, 아니면 섭식과 관련된 뇌 회로가 다른 것일까. 뇌신경과학자들이 섭식을 중단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과 세포까지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생리학과, 기초신경과학 연구소,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고립로 꼬리핵’(cNTS)이라는 뇌 영역의 특정 신경세포가 섭식의 속도를 조절하고 종료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11월 22일자에 실렸다.
기존에는 동물이 섭식을 중단하는 원인이 cNTS에 있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PRLH)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를 생성하는 GCG 뉴런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결과들은 모두 실험동물이 마취되거나 잠든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가 깨어 있는 동안 cNTS에 있는 단일 뉴런의 신호를 기록하는 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고형식, 유동식을 먹이면서 뉴런의 반응을 살폈다.
연구 결과, 생쥐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 몇 분 내에 GCG 뉴런의 활동이 증가했다. 공기를 위에 주입해도 같은 효과가 관찰돼, GCG 뉴런은 위의 팽창 정도로 섭취량을 파악하고 추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레이저로 뉴런을 자극했을 때 생쥐들은 배가 부르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PRLH 뉴런은 위에 음식이 있을 때와 상관없이 입에 음식이 있는지에 반응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무엇이 PRLH 뉴런을 활성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방, 설탕, 제로칼로리 감미료, 물을 생쥐에게 먹였다. 그 결과, 물을 제외하고 모든 물질이 PRLH 세포 활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각이 음식을 먹는 동안 섭식 뉴런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미각이 둔화된 생쥐는 섭식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PRLH 뉴런이 자극되면 생쥐는 먹이 섭취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관찰됐다.
즉, GCG뉴런은 먹는 양, PRLH 뉴런은 먹는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섭식 행동과 장애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할 수 있으며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섭식 행위는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고 추측했다. 한 가지 경로는 맛있으니 더 먹어야겠다는 신호이며, 다른 경로는 칼로리가 높으니 조금 천천히 먹으라고 명령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재커리 나이트 UCSF 교수(화학생물학)는 “과식이나 폭식할 때는 섭식 행위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cNTS에는 약 20종의 뉴런이 있으며 뉴런 대부분의 기능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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