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팀, 3000여명 장기 추적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300~400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감염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이렇듯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뉴스들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요즘 유독 자주 들려오는 아동 대상 범죄 소식을 접할 때마다 ‘범죄를 저지른 저들이 진짜 인간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치밀어 오릅니다.이런 가운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증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배스대 심리학과, 브리스톨대 의대 공중보건과학부, MRC 통합역학연구부 공동연구팀은 아동·청소년기에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절도, 폭력, 중독, 거짓말, 따돌림 같은 문제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정신과학’ 3월 16일자에 실렸습니다.
●아이들 19.6% 한 가지 이상 학대 경험
연구팀은 1990년대 초반 영국 남서부 에이번 지역에 살았던 아이들에 대한 집단 장기추적 조사인 ‘에이번 부모·자녀 종단연구’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종단연구 시작 당시 4~17살이었던 아이 1만 3793명을 고른 뒤 4, 7, 8, 10, 12, 13, 17살에 아이들이 보인 행동을 부모들이 6개월간 관찰해 작성한 설문조사 결과를 조사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22세가 됐을 때 11세 이전 아동기와 11~17세 사이 청소년기에 경험한 신체적, 심리적, 성적 학대에 대한 보고 결과도 분석했습니다.
이 중 부모와 아이들의 보고가 모두 있는 것은 3127명이었습니다. 이들의 답변을 정밀 분석한 결과 19.6%의 아이들이 한 가지 종류 이상의 학대를 경험했습니다. 또 문제 행동이 아동기부터 시작돼 성인까지 이어진 아이들은 4.8%, 아동기에만 문제 행동을 보였던 아이들은 15.4%, 청소년기까지만 문제 행동을 보였던 아이들은 4.5%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문제 행동이 성인기까지 지속된 아이들 대부분은 아동 시절부터 상습적인 학대와 방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대당한 아이들 문제 행동 가능성 10배
아동기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어린 나이부터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10배나 높았고, 청소년기부터 문제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은 8배나 높았습니다. 또 아동기에 학대받았던 아이들의 경우 문제 행동이 성인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다른 아이들보다 4~6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소년 비행은 아동학대가 직접적 원인”
세라 홀리건 배스대 교수는 “아동,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이 단순히 또래 압력이나 10대의 반항 때문만이 아니라 아동 학대가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처럼 매일 등교를 못 하다 보니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이들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정폭력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치되고 학대에 시달린 아이들은 성장해 범죄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나 앞으로나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2021-03-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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