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말하는 인공조명과 건강
반갑네, 난 ‘멘로파크의 마법사’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일세. 1000여건이 넘는 발명과 제품 개선 때문에 흔히 ‘발명왕’이라고 부르지. 오늘은 나에게 가장 큰 영광과 함께 몰락을 가져다 준 인공조명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하네.심각한 빛공해를 표현한 사진 작품.
조명박물관 제공
조명박물관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영하는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재구성한 전 세계 빛공해 지도.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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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1808년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 경이 탄소에 전류를 흘리면 빛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크등을 만들었어. 빛이 강해 공장에서 쓰기는 좋지만 가정에서까지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지. 그래서 나는 집에서도 쓸 수 있는 안전한 인공조명 개발에 집중했어. 마침내 1879년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12월 3일 미국 뉴저지에 있는 멘로파크 연구소에서 백열전구가 처음 빛을 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어. 진공의 유리구 속에 실을 태운 필라멘트를 이용해 전류를 흘려 빛을 내도록 한 거야. 10시간을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40시간이나 지속하는 데 성공했지.
●신체적 건강·노화 속도 빨라져
독일의 역사학자 에밀 루트비히는 내 전구 발명 소식을 듣고 “프로테메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준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더군. 백열전구의 대중화를 위해 에디슨전기회사(제너럴 일렉트릭의 전신)을 설립했지만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많은 경제적 손실을 보고 결국 내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지.
어쨌든 백열전구 이후 인공조명은 널리 보급돼 사람의 활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 그런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어. 야근이나 각종 야간생활로 인해 이런 인공조명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신체적 건강은 물론 노화속도까지 빨라진다는 최신 연구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지.
생물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15일자에 실린 네덜란드 레이던대 의대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라는데 좀 충격적이네. 밝은 빛이 비추는 우리 속에서 24주 동안 생활한 생쥐의 생체시계는 24시간이 아닌 25.5시간으로 바뀌고 골밀도가 감소하고 뼈를 지탱해주는 골격근이 약화하는 한편 체내 만성 염증까지 생겼다더군.
●실험 쥐 골밀도 감소·만성 염증
생쥐들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계속 밝은 빛에 노출되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 빛의 7분의1 수준에 해당하는 빛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으니 사람이 빛에 노출되는 패턴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최근 대도시에는 밤새 켜 있는 네온사인과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등으로 24시간 빛에 노출된다고 볼 수도 있겠지.
사실 그동안 야간교대 근무가 잦은 사람에게 유방암이나 대사증후군,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된다는 보고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뇌의 생체주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더군. 지난달 미국 의학협회 산하 ‘과학과 공중보건 위원회’는 인공광선이 암, 당뇨,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만큼 인공광선의 노출을 줄이라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지.
얼마 전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이스라엘 국제공동연구진이 기초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전 세계 빛 공해 실태’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빛 공해 국가’라는 지적을 받았더군.
밤낮없이 부지런히 일하며 역동적인 삶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밤에는 불을 끄고 다음날을 위해 좀 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07-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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