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보다 수돗물이 더 안전하고 깨끗하며,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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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90년대까지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체육 시간이 끝나고 학교 수돗가로 달려가 세수하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많은 사람이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정수기를 설치해 물을 마신다. 그렇지만 한국의 수돗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59개 기준에 따라 수돗물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문제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유엔에서 조사한 국가별 수질 지수에서 122개국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수돗물 상태는 우수하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웨일 코넬의대-카타르 연합 공중보건 연구소, 미국 뉴욕의대 외과,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은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믿음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보건학 분야 국제 학술지 ‘BMJ 국제 보건학’ 9월 25일 자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1분당 100만 병의 생수가 판매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 세계 약 20억 명은 안전한 식수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전혀 없기 때문에 생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생수는 마시기 쉽고, 수돗물보다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마케팅에 의해 구축된 믿음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보건학적 측면에서 생수와 수돗물을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생수는 수돗물 같은 엄격한 품질과 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보관되거나 햇빛과 고온에 노출될 경우 플라스틱병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물속으로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추정치에 따르면 생수의 10~78%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BPA) 같은 물질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체내 세포 산화 스트레스, 면역 체계 교란, 혈중 지방 수치 변화와 관련 있으며, BPA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비만 같은 대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수를 담는 플라스틱병은 해양 오염의 대표적 물질이며,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를 차지한다. 플라스틱병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고, 대부분 매립지에 버려지거나 소각장에 태워지고, 일부는 저개발국에 수출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플라스틱병은 제조 과정에서도 상당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연구를 이끈 라빔데르 맘타니 코넬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생수와 관련해서는 단기적 안전 기준이 존재하지만, 미세플라스틱과 다른 여러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라면서 “수돗물 처리가 잘 되는 나라에서 생수에 대한 의존은 건강과 재정, 환경적 비용 투입을 증가시킨다”라고 말했다. 맘타니 교수는 “수돗물 소비를 우선해 생수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과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며, 저개발 국가들의 수처리 시설 구축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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