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북주 3대 황제 무 황제 모습 복원
DNA분석과 두개골 골격 이용 3D 이미지
역사적 기록과 다른 결과 얻어
중국 과학자들이 1500년 전 선비족이 세운 북주의 3대 황제인 무 황제의 모습을 DNA 분석과 두개골 골격을 이용해 복원한 모습. 역사적 기록에는 굵은 수염, 높은 콧대, 노란 머리 등 색목인의 모습으로 묘사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형적 동북아시아인의 모습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푸단대 제공
중국 푸단대 제공
그런데, 고고학자와 생물학자, 역사학자가 모여 약 1500년 전 고대 왕국 황제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푸단대 고고과학연구소, 생명과학부, 사학과, 샤먼대 생명과학부, 산시성 고고학 학술원, 중국과학기술대, 상하이 사회과학연합 공동 연구팀이 560~578년에 재위했던 북주 무 황제(주 고조)의 얼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36세의 나이로 사망한 무 황제의 사인이 뇌졸중이라는 점과 북주를 세운 선비족들의 기원과 이동 패턴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3월 29일 자에 실렸다.
묘호가 주 고조인 무 황제는 북주의 3대 황제로 560년부터 578년까지 통치했다. 577년 북제를 멸망시켜 화북을 통일했으며, 한족이 세운 남조 진나라를 공격하기도 했다. 북주는 요동과 만주, 한반도 북쪽 지역에 살았던 유목민인 선비족이 세운 나라다.
역사적 기록에는 선비족은 굵은 수염, 높은 콧대, 노란 머리 등 약간은 중동 지역이나 서구적인 외모를 가진 것처럼 표현돼 있다.
1996년 고고학자들은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무 황제의 무덤을 발견했다. 무덤에서는 거의 완전히 보존된 두개골을 포함한 뼈들을 수습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무 황제의 뼈에서 채취한 미세 표본을 이용해 DNA 분석했다. DNA 분석에서 100만 개 이상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찾아냈다. 그중 일부에는 피부와 머리카락 색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정보와 두개골 골격을 결합해 무 황제의 얼굴을 3D로 복원했다. 그 결과, 무 황제는 갈색 눈, 검은 머리, 중간 정도의 어두운 피부를 가졌으며, 얼굴 특징은 오늘날 몽골이나 만주 일대의 북방 및 동북아시아인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 황제 사인, 뇌졸중 확인…독살설 반박
唐수도 장안 사람들 DNA 분석 다음 목표무 황제는 36세에 사망했으며, 그 아들 역시 사인 불명으로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이에 고고학자들은 무 황제가 병으로 사망했다고 하고, 또 다른 고고학자들은 무 황제가 독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팀의 DNA 분석에 따르면 황제가 뇌졸중 위험이 컸으며, 이 때문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 황제가 사망 직전에 실어증, 눈꺼풀 처짐, 비정상적 걸음 등을 보였다는 역사적 기록이 전형적 뇌졸중 증상과 일치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선비족이 중국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족과 결혼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선비족이나 돌궐족 같은 이민족이 유라시아에 어떻게 퍼져 나갔고, 현지인과 통합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샤오칭 웬 푸단대 교수는 “그동안 역사적 인물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역사 기록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대신한다”라면서 “기존 역사적 기록과 달리 이번 연구에 따르면 무 황제는 전형적인 동양, 특히 동북아시아인의 얼굴 특징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고대 중국부터 전한, 북주, 수·당 시대의 수도였던 장안(현재 중국 시안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DNA를 분석하는 것이다. 장안은 기원전 2세기부터 1600년대까지 유라시아 무역의 핵심인 실크로드 경로의 핵심 지역이다. 이 연구로 실크로드에서 사람들의 이동과 문화 교류에 대한 비밀을 밝혀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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