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브런치] 뇌속 ‘지진파’ 터져야 숙면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뇌속 ‘지진파’ 터져야 숙면한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11-14 22:28
수정 2019-11-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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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 뇌파 폭발적 움직임 포착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작가 호메로스는 ‘잠은 눈꺼풀을 덮어 선한 것, 악한 것,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것’이라 했고,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수면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잠을 자기 마련이다. 사람이 일생의 3분의1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잠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깨어 있는 동안 고갈된 신경전달 물질을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가능케 해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편안하고 깊은 밤잠을 자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잠자리에 눕기만 하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네트워크생리학연구실, 매사추세츠대 의대, 하버드대 의대 수면의학부, 베스 이스라엘 디코너스 메디컬센터, 브리검여성병원 공동연구팀은 깊은 잠을 자는 사람들은 잠이 드는 순간 지진이 났을 때 나타나는 지진파처럼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뇌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PLOS 전산생물학’ 11월 1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고 깊이 잠든 상태인 비렘수면(Non-REM)에 관여하는 뇌간의 PZ 영역을 손상시킨 생쥐 10마리와 일반 생쥐 5마리를 대상으로 뇌파(EEG)와 근전도(EMG) 조사를 10일 동안 했다. 그 결과 깊은 잠에 빠져드는 순간 뇌에서 델타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Z 영역이 손상된 생쥐는 잠이 들면 델타파나 세타파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일반 생쥐와 달리 폭발적으로 늘지 않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플라멘 이바노프 보스턴대 교수(생물물리학)는 “깊고 조용한 잠을 자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대뇌 피질에서 뇌파가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새로운 수면장애 치료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11-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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