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브런치] 홍역 백신접종 안 하면 ‘면역 기억력’도 사라진다

[사이언스 브런치] 홍역 백신접종 안 하면 ‘면역 기억력’도 사라진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10-31 17:44
수정 2019-11-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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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 발표…홍역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파괴 확인

미국 질병예방통제본부 제공
미국 질병예방통제본부 제공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에서 홍역이 완전하게 사라졌음을 선언했다. 그런데 2017년부터 매년 홍역 환자가 늘더니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홍역 감염자가 1250명이 훌쩍 넘어 ‘판데믹’(대유행) 상태다. 후진국 질병으로 알려진 홍역이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은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거부가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연구한 두 편의 논문이 같은 날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를 포함한 미국 연구기관 5곳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대, 핀란드 헬싱키대 의대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홍역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인체는 ‘면역 기억상실증’에 걸려 다른 병원균들에 대한 면역력도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일자에 발표했다. 영국 웰컴생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 스위스 공동연구팀도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홍역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세포를 상당부분 파괴해 인체 면역체계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 1일자에 실었다.

영국 주도 연구팀은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4~17세의 아동, 청소년 77명의 혈액을 채취해 항체를 염기서열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예방주사를 맞은 아이들보다 항체 숫자가 현저히 적었다. 또 홍역을 앓았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경우 자연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홍역에 한 번 걸렸다는 ‘면역 기억력’까지 파괴돼 홍역에 다시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주도 연구팀도 홍역 예방 접종을 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바이스캔’이라는 도구로 항체 반응을 분석했다. 역시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아이들은 홍역 치료 이후 2개월 뒤 항체가 최대 73% 사라졌고 홍역 이외 다른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한 면역 기억력까지 손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11-0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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