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 전문가가 본 新평판 요건
이른바 ‘스펙’ 대신 능력을 중시하는 풍조는 경력 직원 채용 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 가운데 하나인 ‘커리어케어’의 서혜진(41·여) 이사(부문장)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평판은 능력”이라고 말했다. ‘평판’이란 학벌이나 스펙 등이 아니라 채용 후보자가 그동안 몸담아 온 직장 등의 동료들이 내리는 평가를 뜻한다. 그런 만큼 업무 능력은 물론 동료들과의 협업 능력까지 한눈에 알 수 있다.서혜진 ‘커리어케어’ 이사(부문장)
서 이사는 “채용 면접이나 이력서에는 후보자가 드러내길 원하는 부분을 선택할 수 있지만, 평판은 그 사람이 오랜 시간 지나온 발자취이기 때문에 일부러 관리를 할 수 없다”면서 “훌륭한 평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채용 후보자의 큰 능력”이라고 말했다.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스펙보다는 실제 업무 능력이나 해당 직무에 대한 열정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한다. 롯데그룹은 자이언츠 야구단의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공채에서 오로지 ‘야구에 열정을 가진 사람, 부산에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만을 지원 자격으로 내걸었다. 김진성 인사부문 수석은 “애써 채용했는데 금세 퇴사하는 직원이 많아 고심 끝에 사직구장에 모집 공고문을 붙였다”면서 “입사 원서에 학벌이나 스펙을 적는 칸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하고 나서 인사기록카드를 보니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통역 인턴 경험이 있는 등 유능한 인재들이었다”며 “학벌보다는 해당 직무를 얼마나 준비했고 열정을 가졌는지를 판단하는 채용 제도를 다른 계열사에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그룹도 푸드빌 신입 사원 공채에서 투썸플레이스, 빕스, CGV 등 자사 계열 영업장 아르바이트를 1년 이상 경험한 지원자는 서류전형을 면제시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업종이기 때문에 현장 직무에 밝은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서류전형에서 인사팀이 아닌 해당 직무 실무자가 직접 자기소개서를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5-03-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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