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유튜버들… 골치 아픈 정치권 [여의도 블라인드]

선 넘는 유튜버들… 골치 아픈 정치권 [여의도 블라인드]

조중헌 기자
조중헌 기자
입력 2024-01-15 03:00
수정 2024-01-1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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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행사에 몰카… 아찔한 차량 따라붙기

손님으로 가장해
한동훈 쫓아 라방
언론들 몰려들자
근접촬영 몸싸움

음란·막말 논란에
경호위험까지 겹쳐
與 ‘보수표 잃을라’
총선 앞 규제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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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 순회 행보를 이어 가는 가운데 정치권은 정치 유튜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비공개 식사 일정을 몰래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하는가 하면 근접 촬영과 차량 따라붙기 등으로 위험천만한 일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위원장은 부산 방문 첫날인 지난 10일 자갈치시장의 한 식당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해당 저녁 식사에 대해서는 현장 취재를 삼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으로 가장한 한 유튜버가 해당 식당에 자리를 잡고 한 위원장의 도착부터 여과 없이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했고 이를 본 유튜버와 기성 언론이 몰리면서 또다시 치열한 취재 경쟁이 붙었습니다.

한 위원장의 전국 순회 목적은 유권자를 만나는 것이지만 유튜버에게 둘러싸여 인사도 제대로 못 하거나, 한 위원장과 ‘셀피’를 찍으려던 시민들이 유튜버에 막혀 뒷걸음질칠 때도 있습니다. 멀리서 찍은 화면을 보여 주는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와 차별화하려 현장의 유튜버들은 근접 촬영 경쟁을 벌이는데 이런 자리다툼이 소란이 되기도 하고 안전사고가 벌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한 위원장이 방문하는 지역의 시도당별 신년인사회 행사장에는 ‘개인방송 유튜버와 스트리머(BJ) 출입 금지’라는 안내가 붙었고 국민의힘은 사전 협의된 언론만 출입할 수 있도록 방이나 사무실을 별도 브리핑 룸으로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 차원의 ‘유튜버 규제’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여권 지지자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우리 편’, 즉 보수 성향이 많습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유튜버가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피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면 소위 ‘프락치’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할 정도죠.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67)씨가 이 대표의 예정 행선지를 사전 답사했던 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경호 위험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몇 명씩 모여 차량을 대절하고 기사를 고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며 취잿거리가 있든 없든 무작정 따라붙는 상황을 걱정했습니다. 여기에 음란·막말 방송 문제가 겹치면서 국회에서는 ‘유튜버 등록제’ 법안이 발의됐지만 서버를 해외로 옮기는 등 추적만 힘들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2024-01-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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