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줌인] ‘하우스 맥주’ 나들이

[포토 다큐 줌인] ‘하우스 맥주’ 나들이

입력 2013-09-02 00:00
수정 201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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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똑같은 맥주는 안녕~ 이제 입맛대로 골라 마셔요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하얀 거품 가득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유독 그리웠던 여름도 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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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반 하우스 맥주 시설의 7배 규모를 갖춘 일산 브로이 하우스 더 테이블 수제 맥주집 숙성실에서 김지성 브루 마스터가 맥주의 숙성 과정을 체크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레시피 2~3가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는 맥주 6종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일반 하우스 맥주 시설의 7배 규모를 갖춘 일산 브로이 하우스 더 테이블 수제 맥주집 숙성실에서 김지성 브루 마스터가 맥주의 숙성 과정을 체크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레시피 2~3가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는 맥주 6종을 판매하고 있다.


맥주의 유래는 약 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벽화에 인류가 맥주를 만들어 마신 흔적이 남아 있는가 하면, 클레오파트라가 맥주 거품으로 머리를 감았다는 등 고대부터 인류는 다양하게 맥주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인디아페일에일, 람비크, 헤페바이젠, 둥켈, 바이젠비어, 필스너, 슈타우트, 슈바르트, 엑스포트, 라거 등 수많은 종류의 맥주가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되고 있다.

미국의 소규모 맥주 생산 업체는 2000개 정도이고,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중소 규모의 맥주 생산 업체가 1300곳에 이르며 제품도 1000개가 넘는다. 일본에는 지비루라 불리는 소규모 맥주 업체가 있는데 240곳 정도 된다.

우리나라 맥주는 대기업이 생산하는 라거가 대부분이다. 최근 국산 맥주와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비교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맥아가 67% 이상 포함돼야 맥주로 인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면 맥주로 인정된다. 성분비는 기업 기밀에 속해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의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맥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다양한 맥아와 홉.
맥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다양한 맥아와 홉.
강원 횡성군 공근면 ㈜세븐브로이 제조공장에서 한 직원이 보리의 전분질 당화과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전분질이 당질로 바뀌면 요오드 검사에서 보라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강원 횡성군 공근면 ㈜세븐브로이 제조공장에서 한 직원이 보리의 전분질 당화과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전분질이 당질로 바뀌면 요오드 검사에서 보라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라거 일색의 국내 맥주 시장에 내년부터 소규모 제조 업체의 맥주가 나온다. 내년부터 이들 업체도 일반음식점과 마트, 편의점에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돼 맥주 애호가와 소규모 생산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맥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경기 김포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쌀과 인삼을 원료로 만든 김포인삼쌀맥주가 이미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관광객을 상대로만 판매했는데 김포 지역을 시작으로 농협 유통망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전북 익산 벼맥류연구소에서는 보리 종자를 받아 수확하는 등 국내 농특산물을 이용해 경쟁력 있는 한국 맥주 내놓을 준비가 한창이다.

일제시대 맥주 제조 면허를 제외한다면 세븐브로이는 한국의 맥주 제조 면허 1호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도 국내 맥주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디아페일에일, 필스너, 슈타우트 등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전남 순창에서는 장앤크래프트브루어리가 독일식 맥주 생산 설비를 갖추고 양산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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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기대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황병춘(왼쪽) 박사가 수강생들에게 맥주 양조법에 대해 실습 강의를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황병춘(왼쪽) 박사가 수강생들에게 맥주 양조법에 대해 실습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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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하우스 맥주 1호점인 옥토버페스트 강남점. 9월에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2002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하우스 맥주 1호점인 옥토버페스트 강남점. 9월에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국내 맥주들을 접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세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부분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주세)을 부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4.5도로 저도주임에도 35~40도에 이르는 양주와 같은 72%의 세금을 부과해 왔다. 막걸리의 경우 도수는 맥주보다 조금 높은데도 전통주 육성 차원에서 세율은 5%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 맥주에 대한 과세표준을 20% 낮췄지만 업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주세의 면세 한도가 외국에 비해 낮아 중소업체의 원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중소기업도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데 맥주는 대기업보다 3~4배 높다”면서 “세금 단계를 다양화해 소규모 맥주 제조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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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라일리스 탭하우스. 40여개의 탭에서 다양한 맥주가 판매된다.
서울 이태원 라일리스 탭하우스. 40여개의 탭에서 다양한 맥주가 판매된다.


또한 한국은 주세가 종가세인데 반해 일본은 종량세다.

유통 구조도 한국의 중소 맥주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김교주 이사는 “대기업에서 수입하는 외국산 맥주는 대형 마트와 소형 슈퍼마켓 등에 직접 납품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도매상을 거쳐야 한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만든 제도지만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중소 업체의 맥주는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산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이른다고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외국산 맥주 가격이 떨어진 측면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설비와 양조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나아가 세계 유명 맥주들과 견줘 전혀 손색없는 우리나라만의 맥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3-09-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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