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줌인] 소외된 자들의 일터, 사회적 기업

[포토 다큐 줌인] 소외된 자들의 일터, 사회적 기업

입력 2013-04-15 00:00
수정 201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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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야 볼 수 있는 당신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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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각장애인이 도서출판 점자가 만든 점자 그림책을 손으로 만져 읽고 있다. 글씨 뿐 아니라 사물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게 그림의 윤곽을 따라 점자타공을 한 점자그림도서다.
한 시각장애인이 도서출판 점자가 만든 점자 그림책을 손으로 만져 읽고 있다. 글씨 뿐 아니라 사물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게 그림의 윤곽을 따라 점자타공을 한 점자그림도서다.


사회적 기업이 낯설지 않다. 2007년 7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본격 시행됐지만 나눔과 상생의 취지 아래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출발한 미국이나 유럽의 사회적 기업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는 이윤 추구를 절대적 목적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복지 및 고용증대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도서출판 ‘점자’도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2009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허리우드극장은 2009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하여 젊은 시절의 추억이 어린 흘러간 명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영사기사가 흘러간 추억의 영화 필름을 영사기에 걸고 있다.
허리우드극장은 2009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하여 젊은 시절의 추억이 어린 흘러간 명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영사기사가 흘러간 추억의 영화 필름을 영사기에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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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책의 교정일을 담당하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 직원이 완성된 점자책을 손끝으로 더듬어 읽어보며 활짝 웃고 있다.
점자책의 교정일을 담당하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 직원이 완성된 점자책을 손끝으로 더듬어 읽어보며 활짝 웃고 있다.


중고 컴퓨터 재생산업체인 한국컴퓨터재생센터 직원들이 재조립을 마친 중고컴퓨터들을 검수하고 있다.
중고 컴퓨터 재생산업체인 한국컴퓨터재생센터 직원들이 재조립을 마친 중고컴퓨터들을 검수하고 있다.


‘점자’라는 회사명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장애가 없는 20여명의 직원들이 일반도서가 아닌 특수 책을 만들고 있다. 손끝으로 만져 읽는, 귀로 들어서 읽는 책들이다. 중증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문맹자, 난독증 학습장애인, 지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유형의 책이다. 지금까지 3700 종의 점자책, 1200종의 수준별 점자라벨도서, 120종의 큰 글자도서, 23종의 촉각도서, 17종의 창작도서를 발간했다. 다국어도서, 수화도서 등도 제작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김주현(25)씨는 “장애 여부를 떠나 함께 일하는 게 좋다. 전혀 어색하지도 않다, 적당히 일하려는 동료는 없어요. 서로 더하려고 애를 쓰죠”라면서 손수 만든 책을 들어보이며“예쁘죠”라고 자랑했다. 김씨는 전에 일하던 직장보다 급여는 다소 적어도 일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이 크다고 했다.

 육근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수익 창출과 공익 목적 두 가지를 다 이뤄내야 한다”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비장애 차상위계층의 수요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함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 대표의 목표는 책을 읽는 즐거움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다.

 I’m Cafe(아이엠 카페)는 경기도와 한국마사회가 장애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추진 중인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경기 구리시청 민원실에 최근 터를 잡은 3호점에는 비장애인 매니저와 3명의 지체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매출이 아직 많지 않아 협력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전망은 밝다. 직원들의 열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제과업체에서 근무하다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직장을 바꾼 매니저 고희경(32)씨는 “자리가 잡히는 대로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에게 무료로 커피교육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잖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손에 쥘 꿈에 부푼 직원 김지윤(32)씨는 “커피향이 너무 좋아요.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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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점자’의 제판부 직원이 점자책을 만드는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점자제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원판에 특수종이를 눌러 한 페이지를 만든다.
도서출판 ‘점자’의 제판부 직원이 점자책을 만드는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점자제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원판에 특수종이를 눌러 한 페이지를 만든다.


장애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이엠 카페(I‘m Cafe)’ 3호점에서 일하는 두 직원이 손님에게 커피를 내주고 있다.
장애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이엠 카페(I‘m Cafe)’ 3호점에서 일하는 두 직원이 손님에게 커피를 내주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자리한 한국컴퓨터재생센터도 사회적 기업이다. 중고컴퓨터를 수거해 수리한 뒤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나눠주거나 판매하는 회사다. 컴퓨터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은 실버전용이다. 젊은 시설의 추억과 함께 감동을 일깨워주는 명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1969년 세워진 허리우드극장은 2009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서울시의 후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이다. 요금도 2000원으로 일반 영화관에 비해 무척 싸다. 옛 악극단 공연도 선사하고 있다. 때문에 4년 만에 관람객이 5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작년에 알게 됐는데 옛날 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공연도 하고 간식도 나눠주고?무엇보다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아” 일주일에 서너 차례 온다는 이기영(82)씨의 말이다.

?김은주 대표는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문화적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행복하게 늙어가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어르신들의 극장이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라며 극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이유다.

글·사진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2013-04-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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