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줌인] 저체중 출생아 ‘이른둥이’ 치료실 가다

[포토 다큐 줌인] 저체중 출생아 ‘이른둥이’ 치료실 가다

입력 2013-02-04 00:00
수정 201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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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 일찍 나온 ‘작은 내천사’…사랑으로 채워줄게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던 산모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로 들어갔다. 아기를 조심스레 들어 안았다. 그리고 가슴을 대어 줬다. 엄마의 심장 소리와 체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산모의 눈가에는 미안함에 눈물이 맺혔다. “꿋꿋하게 잘 버텨 꼭 엄마랑 우리집에 가 줄거지? 사랑한다”고 가슴으로 말하는 듯했다. 탄생의 축복을 뒤로 한 채 기계의 따스함에 의존하며 치료받도록 한 엄마의 아픔이다.

세브란스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이른둥이가 간호사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이른둥이가 간호사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이른둥이가 동맥관개존증이란 질환으로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0.4㎜의 혈관을 꿰매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이른둥이가 동맥관개존증이란 질환으로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0.4㎜의 혈관을 꿰매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다.


하루에 두 차례 1시간씩 면회가 허락되는 서울 삼성서울병원 NICU의 풍경이다. 연세세브란스병원과 건국대병원의 NICU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산모들의 심정을 고려, NICU에 대해 극히 제한적인 촬영만을 허가했다.

NICU는 ‘세상에 빠른 출발을 한 아이’, 이른둥이를 위한 중환자실이다. 이른둥이는 2.5㎏ 미만 또는 재태(在胎)기간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저체중 출생아, 미숙아의 한글 새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이지만 이른둥이 출산율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출생아의 6%에 달할 정도로 한 해 2만 8000명가량이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다.

이른둥이 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늦은 결혼에 따른 노산이다. 또 시험관 아기, 맞벌이와 같은 사회 환경의 변화, 임신중 고혈압, 전치태반(前置胎盤·태반이 정상 위치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아 자궁 안 구멍을 막은 상태)등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른둥이의 생존율이 87%를 넘어섰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1㎏이 안 되는 극소저체중 출생아가 퇴원할 때쯤되면 입원비만 1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원동 삼성의료원에서 한 보호자가 이른둥이에게 캥거루케어 치료를 하고 있다. 캥거루 케어란 하루 한번 인큐베이터서 나와 엄마·아빠와 살을 맞대고 1시간 동안 안아주는 치료로 무호흡 증세·서맥 등이 크게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원동 삼성의료원에서 한 보호자가 이른둥이에게 캥거루케어 치료를 하고 있다. 캥거루 케어란 하루 한번 인큐베이터서 나와 엄마·아빠와 살을 맞대고 1시간 동안 안아주는 치료로 무호흡 증세·서맥 등이 크게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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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이른둥이를 돌보고 있다.
건국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이른둥이를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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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김민희 교수가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해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이후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퇴원 후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건국대학교 김민희 교수가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해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이후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퇴원 후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이른둥이에게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을 비롯, 망막증·뇌출혈 등은 대부분이 비급여 대상이다. 병원을 나가더라도 폐렴, 백내장 등의 질환 및 장애 후유증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치료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른둥이는 환경의 변화 및 사회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은 가정 문제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11월 17일 세계 미숙아의 날도 낯설기만 하다.

“30개월 미만의 이른둥이는 치료를 잘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기들에게도 바람직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은 극히 미비한 상태입니다.” 기아대책 의료지원사업 생명지기 이찬우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 사무총장은 “2012년 9월에 시행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는 이른둥이에 관한 시범사업을 하도록 명령했으나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이른둥이 집중치료기관을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현재 NICU의 인큐베이터는 1400개 정도에 불과, 500개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마저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 이른둥이를 출산할 경우 원정출산이 불가피하다.

대한주산의학회장인 건국대 김민희 교수는 “아기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아기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아기들이 국가의 재정 부족 때문에 꿈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주)한화생명은 국내 처음으로 이른둥이재활치료사업을 지원하는 ‘도담도담 지원센터’를 열기로 했다. 정부 및 자치단체도 하루빨리 이른둥이의 지원사업에 적극 동참, 이른둥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그대 축복은 별빛처럼 빛나죠. 그댄 할 수 있어요. 귀 기울여요, 소원을 말해요…”라는 이른둥이를 위한 캠페인 노래 ‘소원을 말해요’의 가사처럼 이른둥이들에 대한 보다 큰 사회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3-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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