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줌인] ‘추억의 아날로그’ LP판의 귀환

[포토 다큐 줌인] ‘추억의 아날로그’ LP판의 귀환

입력 2012-12-07 00:00
수정 201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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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는 턴테이블 따뜻한 사람 냄새가 그리웠죠

‘지지직’ 엘피(LP)판 위로 카트리지가 내려앉자 둔탁한 시작 소리와 함께 아날로그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카트리지 바늘은 구불구불한 엘피판의 골을 지나면서 만난 먼지까지 소리로 전달한다. 엘피판 소리가 매끄럽지 않은 이유다. 디지털 음원과 비교해 잡음도 많고 관리 또한 불편한 이 엘피판이 CD와 MP3에 밀려 사라진 지 20여년 만에 다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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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Long Playing)는 직경 30㎝에 33과 3분의 1회전으로 재생하는 아날로그 레코드로, 앨범이라고도 한다.
LP(Long Playing)는 직경 30㎝에 33과 3분의 1회전으로 재생하는 아날로그 레코드로, 앨범이라고도 한다.


“복고 바람 때문인지 요즘 부쩍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요. 초등학생 단골 손님도 있어요.”

서울 중구 회현지하상가의 엘피판 중고 매장인 ‘리빙사’ 정은경 사장(40)의 말이다. 정씨의 말처럼 가게 주변에는 평일 낮 시간인데도 젊은 고객을 비롯해 보물 찾기 하듯 진열장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음악은 찾기도, 듣기도 쉽지만 실체가 없는 것 같다.” 매장에서 만난 엘피판 마니아 김효은(28 대학생)씨가 엘피판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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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지하상가의 중고 엘피판 매장에서 중년 고객이 흘러간 노래의 음반을 고르고 있다. 최근 ‘복고’라는 트렌드에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져 사라져 가던 엘피음반이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회현지하상가의 중고 엘피판 매장에서 중년 고객이 흘러간 노래의 음반을 고르고 있다. 최근 ‘복고’라는 트렌드에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져 사라져 가던 엘피음반이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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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드러머 출신의 윤주현(34)씨가 경기 김포시 LP팩토리에서 제작된 엘피음반을 분류하고 있다. ‘LP팩토리’는 국내 유일의 엘피판 제작 공장이다.
전직 드러머 출신의 윤주현(34)씨가 경기 김포시 LP팩토리에서 제작된 엘피음반을 분류하고 있다. ‘LP팩토리’는 국내 유일의 엘피판 제작 공장이다.


엘피판의 부활 움직임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운드 스캔(미국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곳)에 따른면 미국의 작년 엘피판 판매량은 400만장, 가까운 일본 역시 1년 만에 두 배 성장해 2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소량이지만 아이돌 가수부터 원로 가수까지 상징적으로 엘피판 발매에 나서고 있다. 이는 중고시장 위주였던 엘피판 시장이 새로운 음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앨범이 패티김의 은퇴 앨범이다. 화보집과 같은 기념품이 포함된 고가의 패키지로 1천장 발매된 엘피판 박스는 거의 완판됐다. 특히 이 앨범의 엘피판은 국내 공장에서 제작된 것이다. 2004년에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으면서 중단됐던 엘피판 제작을 공연기획자 출신의 이길용 대표(40)가 재개한 것이다.

서울 중구 회현동 엘피(LP)판 매장의 음반은 가요와 팝, 클래식으로 나뉘어 가나다순, 알파벳순으로 분류돼 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엘피(LP)판 매장의 음반은 가요와 팝, 클래식으로 나뉘어 가나다순, 알파벳순으로 분류돼 있다.


엘피판 수집가 서기열(58)씨가 4천여 장의 소장품 중에서 가장 아끼는 요한나 마르치의 바이올린 연주곡 음반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엘피판 수집가 서기열(58)씨가 4천여 장의 소장품 중에서 가장 아끼는 요한나 마르치의 바이올린 연주곡 음반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엘피판의 음구(音溝:턴테이블의 바늘이 지나면서 음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얕고 좁은 흠)를 접사촬영 한 모습.
엘피판의 음구(音溝:턴테이블의 바늘이 지나면서 음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얕고 좁은 흠)를 접사촬영 한 모습.


이 대표는 “현재 국내 가수들의 엘피판이 대부분 외국에서 제작되는 데 비해 품질과 시간, 가격 면에서 자신 있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일본 같은 아시아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고 엘피판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음악을 내려받아 듣고 지워 버리면서 음악이 인스턴트화돼 버렸다. 그에 비해 엘피판은 음악을 소유한다는 느낌을 준다. CD나 MP3에선 느낄 수 없는 정이 느껴지고 사람 냄새가 난다.”고 4천여장의 엘피판을 수집한 서기열씨(58·금융인)가 말했다.

이렇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판을 닦고 턴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엘피판을 찾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엘피판을 꾸준히 음악계에서 돌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글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12-12-0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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