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닮은 듯 다른… 유광복·유미 부녀의 대 잇는 목공 인생
아버지의 학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딸.
‘목공 부녀’ 유광복·유미씨. 잠시만 보고 있어도 함박웃음이 절로 터진다.
아버지 유광복씨가 직접 만든 망치로 끌을 이용해 장부를 파고 있다. 끌을 잡고 있는 유씨의 손엔 지난 40년의 목공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딸 유미씨가 직접 제작 중인 테이블의 거친 표면을 손사포로 마무리하고 있다. 유미씨는 “목공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이 우리 아버지 손을 똑 닮아 가고 있다”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유미(29)씨가 아버지를 따라 목공 일을 배운다고 했을 때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고운 손이 내 손처럼 거칠게 될 게 뻔하지만, 딸 아이의 마음이 간절하니 그 꿈을 접게 할 수가 없었다”고 그는 그때를 되돌아봤다.
한창 친구들과 풋풋한 추억을 쌓을 나이에 유미씨에게는 목공소가 세상의 중심이 됐다. ‘목수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아버지의 목공 철학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평소에는 아버지가 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가송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일을 돕고 있다. 학원에서 수강생들의 수업 재료를 정리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목공 재료들은 무겁고 도구들은 날카롭고 위험하지만, 묵묵히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유씨의 목공 철학은 ‘목수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집주인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것. 서울 노원구의 ‘가송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후학들에게도 그 철학을 아낌없이 전해 주고 있다.
유미씨가 서울 마포구의 개인 작업실 ‘우드미크’에서 목선반 기계로 우드펜을 깎고 있다.
유씨가 기계실에서 테이블소를 이용해 가구제작반 실습 시간에 쓸 자재를 재단하고 있다.
거칠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세상 다시없이 섬세한 ‘목공 부녀’. “유미가 내 어깨너머로 배운 목공 기술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순간순간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평생 내 딸이자 평생 친애하는 동료로서 평생토록 옆에서 응원할 겁니다.” 아버지의 말에 딸이 화답한다. “아버지가 설계도 시공도 직접 해서 할머니께 집을 지어 드렸어요. 저도 똑같은 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부모님께 집을 지어 드리고 싶은 그런 꿈.”
글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021-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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