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은 건 싫다… 나만을 위한 ‘맞춤’ 전성시대
서울의 맞춤 신발·깔창 제작 업체 ‘풋풋’에서 기술자가 수전사 작업을 통해 신발 커스텀 튜닝을 하고 있다. 특수 필름을 물위에 띄우고 제품을 담갔다 빼면 그 무늬가 표면에 그대로 입혀지는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최근 개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안성맞춤 방식의 ‘커스텀 튜닝’ 제품의 생산이 늘고 있다. 기존의 공장에서 생산된 획일화된 기성품으로는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 줄 수 없어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는 욕구도 맞춤 시장을 더 넓히고 있다.
자동차 래핑 작업을 통해 화려한 크롬색을 입은 튜닝자동차가 도심을 질주하고 있다.
깔창 제작업체에서 맞춘 수제깔창(왼쪽)과 기성깔창. 수제깔창의 경우 아치를 더 높고 단단하게 보완해 준다.
서울의 안경 판매업체 아이닥안경에서 기술자가 맞춤 안경을 제작하기 위해 두상을 3D 입체 스캔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개인의 두상에 맞는 안경 테의 길이, 크기, 코의 높이 등을 측정하고 이 수치를 바탕으로 흘러내림이 없는 꼭 맞는 안경을 제작한다.
서울의 안경 판매업체 아이닥안경에서 기술자가 맞춤 안경을 제작하기 위해 두상을 3D 입체 스캔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개인의 두상에 맞는 안경 테의 길이, 크기, 코의 높이 등을 측정하고 이 수치를 바탕으로 흘러내림이 없는 꼭 맞는 안경을 제작한다.
지난 11일 경기 군포시의 한 자동차 튜닝업체에서는 자동차에 색필름을 씌우는 래핑 작업이 한창이다. 래핑은 도색 작업과 달리 손쉽게 색을 바꿀 수 있는 데다 페인트로는 구현할 수 없는 다양한 색상으로 도색할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7년째 튜닝숍을 운영해 온 사장 박재규씨는 “나만의 것으로 주변의 시선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최근 주문이 부쩍 늘어 이번 달은 이미 예약이 다 찼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동차 튜닝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맞춤 깔창 생산업체는 정확한 발바닥 모양을 스캔해 발에 꼭 맞는 맞춤 깔창을 생산한다. 압력스캐너와 레이저포인터를 이용해 족적과 보행 패턴을 분석하고 발바닥 본을 떠 그에 맞는 깔창을 맞춰 주는 방식이다. 13년 경력의 김원태 사장은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다 다른데도 기성 깔창은 한 가지 모양뿐인데, 맞춤 깔창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며 “맞춤 깔창이 편안한 보행과 신체의 균형 잡기에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경기 군포의 자동차 튜닝업체 카스킨코리아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에 노란색 래핑 필름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깔창 제작업체를 찾은 인터스키 국가대표 데몬스트레이터 김하영 선수가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족적이 무릎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있다.
서울 골프 피팅숍 루나그린스포츠 지용일 사장이 본인이 튜닝 작업한 개인 맞춤 골프채를 점검하고 있다.
맞춤 생산 방식이 꾸준히 발전해 온 곳이 다름 아닌 안경업체다. 아이닥 안경 김영근 대표는 “15년 전부터 맞춤 제작 안경을 생산했다”고 자부한다. 예전에는 측정 장비가 크고 속도가 느린 탓에 측정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확한 계측을 위해 여러 장의 스캔 이미지를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생산은 일본에 맡겨야 하는 등 맞춤 안경을 손에 쥐기까지는 손이 너무 많이 갔고 그만큼 고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 스캐너 기술의 발전으로 간편하고 정밀하게 체형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 3D 프린터와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수단도 등장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와 맞물려 맞춤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수요의 증가는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우리 곁 곳곳에 맞춤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것이 오늘 문득 욕심 난다면 포털 검색창에 필요한 제품 이름 뒤에 ‘맞춤’이란 단어만 붙여 보자. 명품 한정판을 혼자 소유하는 듯한 기쁨, 그 짜릿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20-11-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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