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향기 가득한 비밀의 정원…서울식물원 재배온실 가다
크리소카디움이 화분 밑으로 줄기를 내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울식물원 직원이 재배온실에서 덩굴식물을 전시온실로 옮기기 전 다듬고 있다.
쾌적한 실내 나들이에 안성맞춤인 서울식물원도 휴관에 들어갔지만 직원들은 여느 때보다 더 바쁘다. 개관하면 고단했던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불어넣어 줄 채비에 여념이 없다.
서울식물원 재배온실은 식물원의 수집목표종과 국가보호종의 보전을 위해 도입한 ‘식물유전자원’을 증식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전시온실 등 식물원 곳곳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식물모종을 키우는 거점 공간이다. 이정철 식물연구과장은 “어린 묘(苗)를 집중관리하는 곳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인큐베이터’인 셈”이라고 말했다.
야외온실에 옮겨 심을 프로테아.
작은 곤충을 녹여 먹는 식물인 파리지옥.
온실의 온도는 25도다. 손수건으로 김 서린 안경을 닦고 보니 줄지어 매달린 앙증맞은 화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온실로 가기 전 단장을 마친 각종 모종들이다. 첨단 IT기술로 자동 온습도 조절이 되는 데다 정밀한 재배관리 덕에 온실 안의 모종 품질은 탁월하다.
겨울에는 땅의 온도가 낮아 뿌리가 잘 내리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대로 ‘봄 파종, 여름 성장, 가을·겨울 결실과 휴식’의 사이클에 맞춰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전시를 해야 하는 식물원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식물이 자라야 하고 신품종 육성 및 증식에 따른 생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야외온실에 옮겨 심을 튤립.
저마다 다른 이름표를 달고 모판에 심어진 새순들.
재배온실의 실무관이 식물원 곳곳으로 옮겨 심을 모종을 정리하고 있다.
식물재배의 4대 조건은 물과 햇빛, 온도 그리고 흙이다. 물 빠짐이 좋고, 밝고 따뜻한 햇살 아래 알칼리성 토양이면 최적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온실에서 재배된 어린 식물들은 연구와 전시 목적으로 전시온실과 야외 정원으로 분양된다.
김혜수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 실무관은 “다양한 식물 종 보전을 목표로 최적의 재배 환경을 연구하고 대량번식을 위한 실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 식물연구소에서는 멸종위기식물의 보전, 우수 형질의 식물 생산을 위한 육종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파종해 뒀다가 싹이 난 진달래 모종을 화분에 이식하고 있다.
서울식물원 직원들이 재배온실에서 식물원 곳곳으로 가기 전의 식물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야외 주제정원에 겨우내 몸단장을 마친 튤립, 수선화, 앵초가 이달에는 줄지어 제멋에 취할 것이다. 5월이면 모란, 분꽃나무, 붓꽃, 꽃창포, 매발톱 등이 수려한 자태를 한껏 뽐낼 것이고.
코로나19가 물러난 자리에 온통 봄꽃과 초목의 아취가 그득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20-04-03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