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일상 속 문화 코드가 된 태극기
2002년 월드컵 이후 생활 디자인으로 인기중국산 휩쓸자 국내 제조업체 5곳도 안돼
태극기 부대도 중국산 흔드는 씁쓸한 풍경
규격 안 맞고 깃봉도 없는 짝퉁 저질 제품
광화문 인근에 천막과 함께 설치된 비닐 태극기가 흉하게 훼손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의 한 문구점 앞에서 태극기 머리띠를 구입하던 한 어르신이 점원에게 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그가 고른 물건은 ‘made in china’. 즉 중국산 태극기다. 중국산임을 알고 사지는 않았겠지만 사실 선택권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며 제조국까지 유심히 살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관에서 한 어린이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를 구경하고 있다.
이처럼 숭고한 존재였던 태극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우리 일상 속 문화 코드로 변모했고 정부는 관련 훈령도 개정한다. 속옷, 양말 등 일회용 소모품 등과 같이 태극기의 품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물품에 대해 사용 범위를 제한하던 것을 삭제하고, “국기의 깃 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해 사용하는 경우나 국민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활용되는 경우”만 그 활용을 제한했다. 전에 없던 태극기 특수였지만 이때 중국산 태극기도 많이 흘러들어왔다.
서울 성동구 동영산업 공장에서 한 직원이 손 태극기에 깃대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시청 인근 택시 정류장에 훼손된 태극기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서울 남대문 한 상점에서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현 국기법에 따라 심한 눈,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국기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24시간 게양 가능하다.
서울 성동구 동영산업 공장에서 직원이 공항에 납품할 대형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가로길이 6m 50에 이르는 이 특수 주문 태극기는 공장에 설치된 프린팅 기계를 이용, 천을 이어 만들었다.
서울 성동구 동영산업 공장에서 직원이 태극기 재단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3·1절 행사에 사용될 이 태극기는 2009년 북한산에 위치한 진관사 보수공사 중 발견된 것으로 일장기 위에 태극기가 덧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남대문 한 문구점에서 어르신이 중국산 태극기를 구매하고 있다.
올해는 3ㆍ1 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진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3ㆍ1절을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존중받고 널리 휘날려야 할 태극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태극기 부대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이 시민의 태극기 구매 욕구를 떨어뜨렸고 지자체 또한 태극기 사용에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성수동에서 태극기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정구택(69) 동영산업 대표는 ‘태극기에 정치적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걱정된다’며 ‘하루 빨리 태극기가 다시 사랑받길 바란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9-0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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