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환상의 세계, 그 뒤의 세계

[포토 다큐] 환상의 세계, 그 뒤의 세계

박윤슬 기자
입력 2018-11-01 17:26
수정 2018-11-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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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 퍼레이드 연기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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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중에 한 관객이 연기자들에게 손을 뻗어 인사하자 한 연기자가 손을 잡아 주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퍼레이드 중에 한 관객이 연기자들에게 손을 뻗어 인사하자 한 연기자가 손을 잡아 주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들의 화려한 퍼레이드는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퍼레이드를 지켜봤던 꼬마들은 이제 어른이 됐지만 환상의 나라는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주는 놀이동산 연기자들의 뒷모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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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실에 마련된 신발장에 형형색색의 신발들이 색깔별로 비치돼 있다.
분장실에 마련된 신발장에 형형색색의 신발들이 색깔별로 비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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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객이 무대공연 중인 연기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응원하고 있다.
한 관객이 무대공연 중인 연기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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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연기자들이 곧 선보일 크리스마스 시즌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실에서 연기자들이 곧 선보일 크리스마스 시즌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오전 9시. 퍼레이드는 2시에 시작이지만 연습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새 시즌 연습이 한창이다. 워낙 방대한 인원과 규모의 공연이라 보통 그룹을 나눠 연습한다. 금발의 외국인 연기자가 대부분이지만 사이사이 한국인들도 눈에 띈다. 언어는 다르지만 계속되는 연습에도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분장실은 화려한 의상과 도구들로 가득하다. 언제 화려한 분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나 싶은데 의외로 다들 여유가 넘친다. 스탠바이 10분 전.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옷을 느지막이 갈아입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분장을 하고 캐릭터 의상을 입은 뒤에는 식이섭취를 금하는 등 행동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 탈을 쓰는 연기자는 절대 탈을 벗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만은 온전한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환상의 세계로 들어갈 모든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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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 관객이 연기자의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 퍼레이드를 자주 찾는 관객들 중엔 이처럼 안무를 외워 따라 춤추는 일도 곧잘 있다고 한다.
한 어린이 관객이 연기자의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 퍼레이드를 자주 찾는 관객들 중엔 이처럼 안무를 외워 따라 춤추는 일도 곧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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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기자가 분장실에서 퍼레이드를 앞두고 화장을 하고 있다.
한 연기자가 분장실에서 퍼레이드를 앞두고 화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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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섭씨의 분장 거울에 한 어린이 팬에게 받은 생일축하 팬레터가 붙어 있다. 일부 연기자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선물과 편지를 받기도 한다.
김양섭씨의 분장 거울에 한 어린이 팬에게 받은 생일축하 팬레터가 붙어 있다. 일부 연기자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선물과 편지를 받기도 한다.
●수원서 잠실까지 3년간 ‘출석도장’ 찍는 팬도

더 가까이서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퍼레이드 길을 따라 긴 행렬을 이룬다. 그러나 아이들만 환상에 빠지는 건 아니다. 이 환상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먹힌다. 무려 수원에서 잠실까지 3년 동안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는 한별이(32)씨는 ‘둘째 아이 태교도 이곳에서 했다’며 웃었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을 꿰고 있을 정도로 팬이라는 한씨는 ‘처음엔 아이 때문에 찾았지만 높은 퀄리티의 공연과 연기자들의 밝은 모습을 보다 보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더욱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30여분의 퍼레이드가 끝나면 아쉬움을 달래려 연기자들은 마지막까지 관객들과의 교감에 열중한다. 기억에 남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터. 손가은(23)씨는 퍼레이드에 함께 참여했던 한 어린이를 떠올렸다. 워낙 발랄한 아이라 다음 공연 때도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본인이 다른 캐릭터로 분장하고 있어서 차마 알은척은 하지 못했다고. 각각의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동심을 지켜 주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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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연기자가 퍼레이드 분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거울에는 캐릭터 메이크업 가이드 그림이 붙어 있다.
한 외국인 연기자가 퍼레이드 분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거울에는 캐릭터 메이크업 가이드 그림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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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이 다음 공연 분장을 준비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기자들이 다음 공연 분장을 준비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누군가에게 기적을 보여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처럼 연기자들은 매 시즌 테마와 캐릭터의 변화도 겪지만 하루에도 퍼레이드, 무대공연, 길거리 공연, 가이드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연기 전공자인 김양섭(28)씨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다’면서 ‘가변적인 무대와 상황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면서 늘 새로운 저를 발견하는 것 같다’며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부부 연기자 얄랴(25)와 지마(28)는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누군가에게 기적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있어 오늘도 환상의 나라에서는 새로운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8-11-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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