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가 검은색 기름으로 뒤덮여 있다(왼쪽).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태안 의항의 굴 양식장과 바다가 에메랄드 빛깔을 띠고 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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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속으로…
태안 모항에서 출발한 해녀가 화려한 옷을 입고 인근 바다에서 전복을 잡기 위해 물질을 하고 있다. 태안의 해녀들은 다른 지역 해녀들과 달리 고무로 만든 잠수복 위에 화려한 색의 티셔츠를 하나 더 입는다. 전복을 잡으면 티셔츠 속에 보관하기 위함인데 이것이 태안 해녀의 상징이 됐다. 해녀들도 2007년 기름 유출의 피해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나라에서 지급한 소액의 보상금만 손에 쥐고 황폐해진 모항어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모항으로 돌아와 다시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그때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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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로…
만리포해수욕장을 사고가 난 2007년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만 10년, 죽음의 재 속에서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난 태안 앞바다가 같은 해 태어나 10여 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이들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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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고…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갈매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생태계는 너무도 쉽게 파괴됐다. 다시 맑아진 바다 곳곳에는 새 생명이 들어섰다.
충남 태안 의항의 굴 양식장과 바다가 투명한 에메랄드 빛깔을 드러내며 이국적인 정취를 뽐내고 있다. 태안 주민에게 겨울이 좋은 이유를 물으면 초가을부터 살이 올라 먹기 좋게 익은 굴을 첫 번째로 꼽는다. 굴은 과거 삶이 팍팍한 가난한 어부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벼운 주머니 또한 든든하게 채워 준 양식이다. 그렇기에 10년 전(2007년 12월 7일) 겨울에 일어난 기름 유출 사건은 굴을 생업으로 하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 버렸다. 해수욕장, 돌 바위틈, 굴양식장 등 가리지 않고 밀려든 검은 타르 덩어리로 태안은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100년이 걸려도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강했다. 태안 바다와 해변을 덮어버린 검은 기름 얼룩을 120만명의 자원봉사자의 손길로 불과 1년여 만에 모두 닦아 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태안 어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5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굴 양식이 이제는 자리를 잡아 올해는 역대 최고 수확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굴 양식을 하는 이태인씨는 “국민들의 관심으로 오늘의 태안이 존재한다”며 “태안을 걱정해 준 국민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올린다”고 올해의 풍년을 국민의 덕으로 돌렸다. 맑아진 어부들 표정과 바다만큼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태어난 태안이 더 성장하길 바란다.
글 사진 정연호·박지환 기자 tpgod@seoul.co.kr
2017-1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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